한국일보

[기자의 눈] 부자 마케팅 유감

2004-04-07 (수)
크게 작게
김노열(취재부 차장대우)

요즘 한인 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우수고객 확보로 대변되는 ‘부자 마케팅’이다.

예금이 많고, 빌린 돈도 잘 갚아 수익을 많이 내주는 우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자·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우대해주는 것은 물론 세무·재테크 등도 무료 상담해준다. 또 은행원들이 정기적으로 골프접대도 하고,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객실도 차려놓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수고객이 특별 대접을 받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씁쓸한 사실은 부자 마케팅의 이면에는 우수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일반 고객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차별적 구조가 감춰져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의 몇몇 부자 마케팅의 예를 보자. 일반 고객들 경우 매월 6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VIP고객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장당 6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머니오더 발급에 대해 수수료 면제혜택을 받는가 하면 한 뭉치에 수십 달러씩 하는 수표책을 VIP고객들은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VIP고객들은 은행들이 직접 예산을 책정해 운영하고 있는 특별 클럽에 가입돼 금융 상담이나 재테크 세미나 등의 무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선 골프 후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수 고객에게 각종 무료 혜택 서비스와 후원을 제공하는 데 따른 일정부분의 손실을 일반 고객들에게 번 돈으로 보전하는 셈이 된다.

미국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업들의 차별화 영업전략은 저소득층의 부를 고소득층으로 이전시켜 부의 역 재분배를 촉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인 은행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일일이 따질 순 없지만, 일반 고객과 우수고객들을 차별 대우하면서까지 부자 마케팅에 나서는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