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무협의 세계

2004-04-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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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부 차장)

사람들은 누구나 한 두번 자신이 초인적인 힘을 갖는 것을 상상하곤 한다.
남들이 볼 수 없는 투명인간이 되어 이곳저곳 ‘금지된 장소‘를 마음대로 다니고, 아무리 총에 맞아도 끄떡없이 일어나 악당들을 물리치는 꿈을 꾸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람보’ 등과 같은 주인공들은 악당들이 아무리 총을 쏴대도 죽지않고 악을 통쾌하게 무찌른다.무협지의 세계에서는 수십미터의 벽을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칼이 몸에서 튕겨나가는 ‘도검불침’의 경지, 나아가서는 마음이 가는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심검’이나 ‘의검’의 단계에 오른다.


한국영화가 수년동안 조폭(조직 폭력배)을 소재로 울궈먹는 것도 ‘강한 힘’에 대한,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지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수록 이같은 ‘절대적인 힘’에 대한 욕구가 황당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나이가 먹어도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공상의 세계는 항상 펼쳐져 있다.

이처럼 강한 힘에 대한 욕구를 가지게 되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 항상 자신이 생각하고 믿어 의심치않는 ‘선’이 승리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인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구 불만은 항상 공상의 가장 좋은 토대가 된다.이런 공상은 현실세계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는데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과학이 발전하면서 초인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속에서, 또는 소설속에서 초인적인 능력은 과학과 철학의 영역에까지 확대되고 있다.그러나 무협의 세계를 현실세계로 옮겨놓는다고 해도 제법 그럴 듯 하다. 미국의 대외 정책을 무협지의 세계와 비교해도,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우리의 삶으로 살짝 바꾸어도 큰 무리가 없다.

강한 힘에 대한 일반인들의 바램과 냉엄한 현실속에서 가끔 공상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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