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2004-04-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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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최근까지 한국사회를 분열시켰던 고질적인 병폐는 지역 갈등이었다. 박정희 시대부터 DJ시대까지 약 40년간 영남과 호남의 대립갈등은 매우 심각했다. 결국 광주사태 같은 엄청난 비극을 낳기도 했고 DJP 같은 정치적 연합도 연출했다. 그러나 지역갈등은 이제 그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오랜 단일민족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지역갈등으로 나라가 갈라지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역갈등 보다 더 심각했던 대립 갈등이 있었다. 이념 갈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해방 후 좌우의 대립 갈등은 남북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초래했다. 이렇게 엄청난 이념갈등이 지금 한국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 지역갈등은 갈등으로 끝나고 사그러들어가고 있지만 좌우의 이념갈등은 한국의 사회와 미래를 변모시켜가고 있다.


이념 갈등이 세대간의 대립 양상을 띠고 있어 세대교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가 초래되기 때문이다.해방 후 지금까지 살아온 한국의 세대는 크게 3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의 주역인 20대에서 50대에 속하는 사람들의 성향으로 볼 때 건국 초기에 기둥역할을 했던 건국세대는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했든 친일을 했든 간에 전통적인 가치관과 신시대의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진 세대였지만 일제시대에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서 민주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이다.

이 건국세대는 후에 민주화세대에 밀려나고 한국사회는 민주화시대를 맞게 된다. 민주화세대는 1940년 전후에 출생하여 해방후 교육을 받은 한글세대인 4.19세대에서 시작하여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한 6.3세대, 유신 반대운동을 한 긴급조치 세대를 포함한다. 이 민주화세대는 비민주적인 사회와 충돌하면서 학교에서 받은 민주주의 교육으로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세대이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386세대의 세상이 되었다. 386은 1999년에 처음 사용된 말로서 60년대에 출생하여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이다. 이 세대가 지금 한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이므로 그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86세대는 한국의 경제가 최고점에 달했던 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므로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을 알 턱이 없다. 이들의 눈에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불거진 한국사회의 부조리만 보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은 부조리의 개혁을 부단히 추구해 온 세대이다.

80년대의 광주항쟁, 6.10항쟁 등은 이 세대가 이룩한 금자탑이었다. 이 세대는 집단행동으로 사회를 변화시켰고 또 다른 집단행동으로 또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자신감에 넘친 세대이다. 시민운동, 붉은 악마, 노사모, 촛불데모 등 대중운동이 386세대의 특징일 수 밖에 없다.

한편 386세대에 이르러서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다른 나라를 앞지르는 선진국이 되었으나 광주항쟁 때 나타났듯이 미국의 정치적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따라서 사회 개혁으로 좌경화 성향을 띤 이 세대는 반미성향까지 갖게 되면서 급속히 친북화 하는 입장이 되고 만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주역이 크게 3세대로 바뀌면서 한국사회가 변모해 왔는데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아마 지금보다도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세대가 있으니 바로 전교조의 참교육세대이다.


약칭 전교조라고 하는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은 1989년에 조직되었으나 불법단체로 낙인 찍혀 오다가 1999년 합법화 되었다. 주로 교원들의 복지문제 보다도 학생들에대한 사상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참교육은 사회주의 관점에서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여년 후 참교육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된다면 한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개혁이란 그 과정으로 남게 될 뿐이다.

약삭빠른 정치인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아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변화의 주역을 자처하면서 변화를 한층 더 선동하기 때문에 변화의 물결은 더욱 세차게 몰아칠 수 밖에 없다. 반미 좌경화로 치닫는 한국의 변화를 예감하면서 재미한인들은 각자의 입장을 정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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