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이 영그는 기쁨

2004-04-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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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뉴패밀리 앤 포커스 대표)

학교에서 정학과 퇴학의 위기에서 자칫 어려운 좌절에 빠지게 될 이들이 다시 밝은 모습을 회복하는 순간들을 볼 때 마치 삶의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보는 것 같다.

얼마 전 고등학교 초기부터 알았던,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되어 찾아온 한 청년이 있었다. 자신도 만만치 않은 가정환경에서 어렵게 사춘기를 지내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해온 경험이 있어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리 많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봉사하고픈 뜻을 비쳐와 검정고시반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런데 첫 3개월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에게서 회의와 갈등의 모습이 보이는 게 역력했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그가 스스로 극복하며 그것을 통해 청소년들을 봉사하고 돕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이 깨닫게 되기를 바랬다.

내가 아무리 이 일의 의미와 가치를 설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봉사자 스스로가 가치를 느껴야 하고, 그리고 진정한 봉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남을 도울 때는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신나게 우리의 눈앞에 보여주어 봉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어 아! 역시 잘 했어! 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오히려 적지않은 갈등… “과연 이렇게 수고하는 애씀이 저들에게 무슨 효과와 유익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순간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들이 잉태하고 만들어낸 보석과도 같이 아름다운 결과들을 가지고 오는 그들을 보면 내가 했던 염려와 불안이 쓸데 없었던 것이었던 것을 가르쳐준 그런 14년이었다.

그것을 아는 나이기에 이 총명하고 강한 청년이 봉사하며 겪는 갈등을 나는 지켜보겨 기다려 주어야만 했다. 그러기를 6,7개월이 지나던 어느 날, 그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전도사님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주위의 친구들을 통해 하시는 일들을 계속적으로 듣고 보게 되었는데 자신의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에는 “할 일이 없으신 분인가 보다. 그래서 이런 일을 하는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자신이 봉사하는 첫 3,4개월 동안에는 자신 속에 분노가 생기는 것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일이 끝나고 피곤한 몸이지만 기대를 가지고 클래스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숙제도 안 해오는, 그리고 수업 태도도 불성실해 보이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 도대체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좌절과 허탈감에 분노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기를 수개월이 지나면서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의 아픔과 어려운 문제들을 알게 되며 누군가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이들을 위해 있어준다라는 그 사실이 얼마나 그들에게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동안 청소년 일을 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고 나면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하지만 전도사님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시고 계셨어요. 그 뜻과 의미가 어떤 것인지 지금에 와서야 느끼게 된 것 같아요”라는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어느 누구보다 성실한 검정고시반 선생님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랑과 실력을 겸비한 선생님이 되어주고 있다.이렇게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젠 그 성숙한 열매들을 가지고 우리 기관의 봉사자의 자리에서 섬기는 청년들이 되어진 많은 청년들을 볼 때마다 삶의 아름다운 보석을 보는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생명이 영그는 그 과정들은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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