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옳고 그름을 모르는 사람들

2004-03-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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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보면서 과연 한국이 제 정신이 있는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 자신은 제정신 같은 소릴 하고 있네 하고 오래 전부터 치부하고 있지만.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아마도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 아닐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 부끄러움을 모르는 단체는 이미 인간이 아니요 인간의 집단도 아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가결된 후 한국은 거의 통제력을 잃어버린 집단처럼 돼 버렸다. 가뜩이나 엉망이었던 경제는 이제 엉망진창 바로 그것이다.

일용직, 비정규직을 뺀다면 성인 인구 4명 중 한명은 실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1년 동안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이유는 아마도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대통령을 뽑아 놓았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자질이 없으면 정직, 순수, 솔직, 또 배우겠다는 열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지난 1년간 코드니, 로드랩이니 시체말로 하등 영양가도 없는 소리만 읊어대며 보낸 1년이었다. 나는 그따위 소리가 왜 요즘은 쑥 들어갔는지 그것이 참으로 알고 싶다.

대통령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내 생각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 그간 대통령이 한 숱한 말들을 나 자신 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 반복하고 싶지 않지만 한 마디만 하겠다. 울화통이 터지니까 야당 보다 대선 자금이 1/10이 넘으면 그만 두겠다고 해 놓고 그 약속은 왜 안 지키는가? 최근의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그 치사한 변명은 아예 귀를 막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그러고 사는가! 부끄러움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이라도 있는가. 오호 통제라. 사람이 머리란 걸 달고 다니니 탄핵에 대해 찬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미흡한 탄핵 사유로 탄핵을 하는가 하고 야단이다.

그렇자면 국민이 뽑은 국회에서 한 결정이 아닌가. 국회의원은 누가 뽑았는가. 모순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탄핵 사유에 대해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 보고 말하라고 한다면 탄핵 사유가 되고도 남는다.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것, 한국을 원칙이 없는 사회로 전락시킨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민으로부터 앞날에 대한 희망을 빼앗아 버린 것이 제일 크다.

헌법조항 운운하지만 “성실히 대통령직을 수행 못한” 그 한 가지만 가지고도 탄핵은 충분하다.탄핵이 됐을 때 대통령은 그만두는 것이 국가를 위해 좋았을 것이다. 그런 수모, 그 이후의 국론 분열, 민초들의 고생, 절망에 책임은 누가 지는가. 대통령이 그리도 좋은가. 자질이 없다는 것을 시인하고 사임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열당(열린우리당)은 탄핵 가결 후 모든 의원이 사임하고선 지금 다시 그 결정을 번복하였다. 국민을 속여도 유분수지 그 것들이 사람인가. 그러고도 얼굴이란 것을 들고 다니니.한당(한나라당)은 또 탄핵을 철회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도대체 그런 원칙 없는 인생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다른 인간 말종이라고 밖에는 못할 것이다. 왜 그러고 사는가. 국민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없는 돈에 왜 촛불은 켜고 야단 법석인가. 하기사 많은 부류들이 백수이니 별로 할 일도 없을테지만 교수라는 부류들이 탄핵을 무효화 시켜야 한다면 하는가 본데, 사람이 배우면 뭣하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모르는데. 안영모 선생의 말씀마따나 우리 민족의 운명이 왜 이리도 모진지...
아, 대한민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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