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거짓과 정직

2004-03-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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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편집위원)

거짓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대방에게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다.거짓말의 유형은 각양각색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에게 믿음으로 치료받으면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하는 도덕형이 있는가하면 남을 속여 자기의 유익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거짓말을 사용하는 사기형도 있다.

남을 괴롭히고 망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악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악질형과 자기 유익이나 남에게 손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장난 삼아하는 농담형이 있다. 남을 기쁘게 해줌으로써 자신의 이득을 노리며 거짓말을 일삼는 아부형도 있고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위장형도 있다.


교육을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어떤 우화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 교육형 거짓말도 있는가하면 자신의 책임이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한 회피형도 있다.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려고 순간적으로 저지르는 임기웅변형,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생명애착형 등도 있다. 강자가 자신의 힘을 빌미로 거짓말을 정당화하려는 억지형이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돋보이고자 하는 계산된 정치형 거짓말 또는 대중형 거짓말도 있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혹은 의도적으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과 접촉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거짓말이 다 나쁜 것은 아니며 때로는 거짓말 속에 진실이 담겨 있는 경우도 있다지만, 여하튼 거짓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요즘 한인업계가 불황에 시달리다 보니 고객을 속이는 상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거짓광고나 과장광고로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함으로써 고객을 속이고, 사지도 않는 물건을 영수증에 끼어 넣는가하면 먹지도 않은 음식이나 술을 계산서에 포함시켜 바가지를 씌우는 업소 등이 있다. 물론, 본의 아닌 실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피해 고객이 한 둘이 아닐 때는 의도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분명한 실수나 거짓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시인하며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큰 잘못도 아닌데 웬 난리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니 우려가 앞선다. 무엇보다 몇몇 뿐이겠지만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마치 아무 일이 없는 듯 태연한 척하는 모습은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마저 상실한 것인 만큼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일부의 한인업소들이 한 번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 열 번의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 습관화로 굳어지는 정직하지 못함이 한인 고객에게 불이익과 실망을 안겨줌으로써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불신을 낳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불신사회란 정직하지 못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불편과 불이익을 초래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도 결국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는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한다.


서로 불필요한 신경을 쓰게 만들며 지나친 스트레스를 감수하게 하는 피곤한 삶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 한인사회가 불신사회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정직함이란 진실하고 열린 마음이며 사실대로 말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정직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속이지도 않는다. 정직은 거짓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 그대로를 행한다. 그래서 정직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정직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신뢰사회라 하니, 한인사회가 신뢰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한인 모두가 정직한 삶을 살아야 하겠다.

4월1일은 만우절이다.하루 동안 악의 없는 거짓말로 웃고 즐길 수 있는 날이 바로 만우절이다. 하지만, 요즘의 한인사회는 거짓말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서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신뢰’가 필요할 때이다.

올 만우절은 악의 없는 거짓말을 즐기기보다는 “농담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며 ‘거짓과 정직’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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