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교과서로 본 북한의 통일관

2004-03-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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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신(보스턴 평통위원)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보스턴협의회가 이완범 하버드 옌칭연구소 방문교수(한국정신문화원 교수)를 초청하여 북한 교과서로 본 북한의 통일관을 살펴보는 세미나를 가졌다.흥미로운 것은 각종 교과서의 그 내용도 궁금하지만 이를 통한 통일관을 연구한 것이 특이했다.

그간 북한 외의 지역에서는 반출이 제한된 북의 교과서를 통일부를 위시하여 여러 기관에서 수집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못했다. 최근에 2000년대 교과서(2001~2003년)가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집중적으로 수집되었다고 한다.


북한은 11년 의무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유치원 1년을 포함하여 소학교(인민학교) 4년, 중학교(중학교+고급중학교) 6년이 그것이다. 7살부터 17살까지 보통 교육을 이수하는 것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중학교 5학년 지리교과서 제 7장 우리나라(북한)의경제 배치(91~111쪽)에서 보면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인민경제 모든 부문을 반자동화 자동화하려면 전자공업과 자동화 공업을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큰 글자로 인쇄했다.

‘평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전자 자동화 기지이다. 남포, 함흥, 청진, 신의주를 비롯한 도소재지와 여러 시군에는 자동화 기구 공장이 배치되어 있어 인민들의 수요에 맞게 생산되고 있다’라고 서술하고 ‘남조선의 전자 자동화 공업은 서울시와 주요 도소재지들에 모두 미국과 일본에서 들여오는 자재를 가지고 삯가공, 삯조립하는데 불과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제12절 농업배치>에서는 ‘남조선의 농업은 미제의 식민지 예속화정책과 그에 추종하는 남조선 괴뢰도당의 반인민적 통치로 하여 전면적인 파탄상태에 처하여 있다’ <제13절 운수배치·철도운수> ‘남조선의 철도운수는 북침전쟁 준비 운운...’ 했고·자동차운수 ‘...미제는 남조선 괴뢰들의 침략전쟁 수행에서 기동성을 운운하면서 군사분계선으로 향하는...’ 등인데, 이렇듯이 자신들의 산업 능력에 대해서는 과장하면서 남의 그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과소평가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이와같이 11년 동안의 의무교육을 받고 각기 일터에서 일하고,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는다는 이데올로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해보다가 안되어서 폐기한 한낱 관념론에 불과하나, 이를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중학교 5학년 세계력사(2002년 6월 24일 발행) 10~12쪽에 <소련 및 동유럽 나라들에서 사회
주의의 좌절>에서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 사회주의의 붕괴를 서술하고, 12쪽 마지막 단락에서 이는 사회주의의 종말이 아니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애써 평가 절하한다. 하지만 중학교 6학년 교과서에 ‘미제의 유화전략은 우리를 회유 기만하여 개혁과 개방에로 유도하기 위한 반사회주의적 와해 공세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북의 교과서는 통일정책에 대해서 남쪽 보다 상대적으로 덜 서술하고 있으며 남의 통일정책에 대해서는 단지 미제오 남조선 괴뢰도당 <두개 조선> 조작 책동이라고만 적고 있다.

공산주의 도덕 등 이념적 교과목이나 국어, 음악 등의 민족정체성과 관련된 교과목의 변화는 한눈에 감지될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찬양이 제일 먼저 등장하므로 실용적 과목도 모두 이념과목과 다를 것이 없다. 강한 밀리타리즘(Militarism)에 입각해서 서술되고 있다.

남한은 여전히 인간이 살지 못할 지옥으로 묘사돼 있으니 통일은 참으로 험난하고 먼 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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