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해바라기

2004-03-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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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부 부장대우)

뉴욕한인들은 뉴욕에서 보다는 한국 정치 참여 등 한국 정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을 ‘해바라기’로 지칭하거나 “폼이나 잡고 한국을 드나들며 한국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속으로 비아냥 거린다.

단체장, 또는 사회 지도자로서 현지 한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권익신장 및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 지역주민, 지역사회, 지역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를 채우려는 행위로 판단,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놓고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회 뉴욕협의회의 전현직 회장단간에 마찰이 한인사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뉴욕평통이 지난 17일 “국가 위기 초래한 국회의원 전원사퇴해야”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현지 한인신문에 광고로 게재했다. 그러자 정영인 직전회장을 포함한 역대 평통회장 4명은 뉴욕평통의 결의문 발표에 대해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평통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순수자문기관으로서의 중립을 저버린 행위”라고 주장하며 고문직 및 평통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평통위원들과 함께 북한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박준구 현 평통회장은 28일 수행 기자들에게 “전직 회장들의 사퇴서 제출은 동포사회에 또 하나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라며 “어떤 면에서는 숨은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되받았다.

평통 홈페이지(ACDPU.go.kr)에 따르면 평통은 “민족의 염원인 조국의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통일의견을 수렴, (의장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민족성원의 통일의지와 역량을 결집, 모든 미움과 갈등, 분열을 해소하고 국민의 화합과 단결에 이바지하는 통일기구”로 홍보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관련된 뉴욕평통 관계자들에게 평통의 원래 활동 목적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를 국가위기 초래한 국회의원 전원사태”와, “고문직 및 평통위원직 사퇴”와 각각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고 싶다.

뉴욕평통이 ‘해바라기’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한국의 정치 싸움을 뉴욕 한인사회로 가져오는, 한국 헌법 기구의 내부 문제를 뉴욕 한인사회에 이슈화시키는 행태부터 중단해야 한다.

뉴욕평통은 뉴욕한인들로 구성된 한국 대통령의 자문기구이지 뉴욕 한인사회 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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