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구가 살아 꿈틀대고 있다

2004-03-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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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종교전문기자>

세상에는 확실(確實)한 것이 있다. 확실한 것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不如一見)이라.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확실하다. 눈에 보이는 사물은 모두가 확실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란 하늘과 땅을 포함한 모든 자연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모습이다.

부모와 부부와 형제와 자식 관계다. 친구와 직장 상사와 동료 부하들간의 관계다. 매일 들어가 잠을 청하는 집과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전철 버스 등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이다. 이처럼, 일상사 모두가 눈에 보이는 것들은 확실하다.

확실한 것을 좀 더 열거해 본다. 태양과 비는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비치며 내린다는 것은 확실하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하다. 사람이 태어날 때, 즉 세상에 올 때는 순서가 있다. 그러나 갈 때, 즉 세상을 떠날 때는 순서 없음은 확실하다. 그러니, 나이 젊다고 건방지거나 나이 많다고 좌절할 일은 아니다.

부지런하면 큰 부자는 못되어도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 확실하다. 구태여 남에게 돈을 꾸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적은 돈은 남에게 꾸어주면서 살아갈 수 있다. 낭비벽이 있거나 게으른 사람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음은 확실하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옴은 확실하다. 다만 사계절이 없는 곳에서는 해당이 안되지만, 계절의 오고 감만은 확실하다.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잎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음도 확실하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음은 확실하다. 자식이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 심정 안다는 것도 확실하다. 웃으면 복이 옴은 확실하다. 웃늘 얼굴에 침뱉지 못함도 확실하다. 먹지 않으면 배고프고, 오래 먹지 않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 마음의 병이 육신의 병이 됨은 확실하다. 마음이 편하면 들어오려던 병도 도로 나가 버린다.

병이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스트레스 없이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돈 안 드는 방법임은 확실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욕심을 없이해야 한다. 그러나, 욕심은 없이할 수 없다. 욕심을 없이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욕심은 본능의 일종이므로 욕심을 아주 없이하지 못함은 확실하다.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방법론을 택하는 것이 처세술에서의 으뜸 중의 하나임은 확실하다. 이 방법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더 낳은 관계를 갖게 할 수 있다.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니고 너 살고 나 살고 모두가 다 같이 잘 살아가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은 확실하다.

세월을 잡을 수 없음은 확실하다. 세월, 즉 시간이 약이 됨도 확실하다. 어떤 문제이건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시간이 지나서 해결 안될 사안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아픔과 고통과 즐거움과 쾌락도 시간의 지남에 따라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돈은 필요하다. 예외는 있을 수 있으나 돈이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고, 돈이 사람을 죄로부터 풀어주는 예는 많이 있어왔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도 거의 확실하다. 돈이 있는 사람은 그 돈이 돈을 부풀려 더 부자가 되고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없음으로 더 가난해진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많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명제는 확실하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 됨도 확실하다. 미모(美模)는 살갗 한 꺼풀만 벗겨내면 없어진다 함은 확실하다. 피부 한 꺼플에 미모가 실려있음에 혹하는 젊은이들은 마음이 고와야 더 좋은 아내감 이라는 걸 모름은 확실하다. 사람이나 동물 생명을 가진 식물 등 지구 안의 그 어떤 생명체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은 확실하
다.

이상 열거한 것들은 모두가 다 일상적이며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렇듯, 일상 속에 진리가 들어있음은 확실하다. 일상에 충실한 사람이 성실한 사람임은 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 중엔 우리의 조상들이 있다. 조상중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해 증조, 고조 등 계속해서 올라가는 조상들이 있다. 이들이 존재했음은 확실하다. 조상 없이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기 위해 수많은 인연들이 연결돼 있음은 확실하다. 셀 수 없는 조상들의 인연들이 한 사람의 존재를 위해 존재했음도 확실하다. 가장 확실한 것은 우리의 눈엔 보이지 않아도, 지구가 살아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