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랑을 실천한 열대어

2004-03-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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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부 부장대우>

우리 집에는 열대어 4마리가 있다.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이 물고기들은 3~4cm 크기로 두마리는 투명하면서 빛을 받으면 화려하게 반짝이는 무지개 색깔을 띄며 다른 2마리는 약간의 오렌지 빛을 내는, 작은 멸치같이 생겼다.

목요일 아침 출근전 열대어 물을 급히 갈아주다가 받아 놓은 물이 아닌 차가운 수돗물에 물고기를 잠시 담아두었다.빨리 자갈과 어항을 씻고 물고기를 제자리에 넣으려고 봤더니 무지개 빛 종류의 두 물고기가 기절해 있었다. 그리고 그 물고기 옆에서 오렌지 빛의 열대어가 제 몸으로 기절한 물고기들 사이를 오가며 몸으로 비벼주면서 옆으로 쓰러진 물고기들의 몸을 일으켜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머지 오렌지 빛 열대어는 자기 친구가 다른 물고기를 도와주는 것이 안쓰러운 듯한 모습으로 쳐다보며 간혹 말리기도 했다.제 어항으로 돌아온 후에 기절했던 물고기들이 벙긋벙긋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랬는데도 착한 오렌지의 물고기는 그 주위를 계속 돌며 살펴봤고 한 마리씩 정신을 차리고 몸을 가누게 되자 자신과 같은 종류 옆에 다가갔다.

그동안 열대어들이 생각 없이 사는 줄로만 알았다. 제 앞에 놓인 먹이만 먹고 옆으로 지나가는 먹이를 놓치는 물고기를 관찰하며 멍청한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인간 이상의 애정도 있고 또 같은 종류인데도 불구하고 성격이 다르고 온화함도 다르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창조주의 무한한 능력에 감탄했다.

갑자기 작은 공간에 갇혀있는 이 열대어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착한 오렌지 열대어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역시 사랑은 행동으로 옮겨질 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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