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 우리들마저

2004-03-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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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지금 고국에선 온통 탄핵 반대 데모로 나라가 두 갈래로 찢기어 혼돈의 도가니로 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수와 혁신, 반노와 친노, 여와 야가 극명하게 갈라져 갈등의 골은 천길보다 더 깊이 파인 모양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성을 찾아 국민 모두가 생업에 충실하며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일텐데 탄핵 반대 데모는 계속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니 이곳 한인들도 고국의 앞날을 근심과 걱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평화통일자문위원회’라는 곳에선 연일 신문 전면에 탄핵 반대 광고를 내고 있으니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탄핵 찬반으로 한인사회에 갈등이나 부추겨 확산시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론 우리 사회에선 누구나 자기의 의사표시를 공개 표출할 수 있음도 잘 알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건 지지하건 다 개인의 권리에 속함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 “누울 자리 봐가며 다리 뻗으라”는 말과 같이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곳에서마저 한인끼리 찬반이 갈려 갈등이 확산된다면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이 무엇인가.

보도에 의하면 LA의 노사모와 현역 한인회 관계자 등 재미교포들이 참여하는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미주 공동행동’이 출범한다고 한다. 지난 20일 한국의 대규모 국민대회에 때를 맞춰 뉴욕한인사회도 촛불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나는 이를 전적으로 반대한다.

자기의 생각이나 사상을 꼭 그런 식으로 표현해야만 직성이 풀리겠는가. 꼭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뛰쳐 나가야만 되겠는가? 그렇게 하여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이 무슨 문화행사인가, 추모행사인가 혹은 경축행사인가?

그렇게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면서 외적으로는 우리의 치부를 들춰가며 외국인에게 선전하고 내부적으로는 한인끼리 갈등과 불신의 골이나 파는 그런 데모를 왜 하는가? 이건 정말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적어도 우리 해외동포들만이라도 좀 더 냉정히 사태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지 않
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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