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평선] 하이닉스에는 있지만, 삼전에는 없는 것

2026-05-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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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광무제의 누나, 호양공주는 과부였다. 공주는 광무제의 신하 송홍(宋弘)에게 관심이 많았다. 광무제가 병풍 뒤에 누나를 숨겨두고 송홍에게 물었다. “사람은 출세하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꾼다는 데 그대 생각은 어떤가?” 송홍이 말했다. “가난하고 비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선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조강·糟糠)’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내쳐서는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광무제가 병풍을 돌아보며 “일이 잘 되지 않겠네요”라고 말했다. ‘조강지처 불하당’의 고사다.

■ 봉건시대라도, 남편이 함부로 아내를 내치지 못하는 경우가 또 있었다. 대명률에 규정됐다는 ‘삼불거(三不去)’다. ①시부모를 위해 삼년상을 치렀거나 ②혼인할 때 가난했지만 후에 부귀를 얻었거나 ③이혼 후에 돌아갈 친정이 없다면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조강지처’나 ‘삼불거’ 모두 양성평등과 보편적 인권에 어긋나지만, 파트너십의 기본적 예의를 보여준다. 파트너십의 기간과 관계의 깊이에 따라, 불가분의 운명공동체로 나아갈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 한국 경영학계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론의 기틀을 세운 이는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다. 미국 유학파가 다수였던 1980년대 기업의 사회적 의미와 노사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독일 경영학의 논리를 전파한 그는 협력적 노사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즉 정보공유, 의미공유, 이익공유로의 단계별 이행이다. 노사가 이익공유에 이르려면, 기업의 미래 비전에 대한 경영정보와 의미공유 경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SK하이닉스는 그 대표적 성공사례다. 2001년 DJ 정권은 이 회사(현재 시총 926조 원)를 미국 마이크론에 40억 달러에 넘기려 했다. 여론 반대로 중단됐는데, 무급휴직·임금동결 등 노조 협조가 당시 여론 반전에 기여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벤치마킹하려는 SK하이닉스의 이익공유는 이런 맥락 속에 태어났다. 불행히도 삼성전자에는 위기 속 상생보다는 불신의 역사가 더 많다. 삼성전자가 노사문화의 역사적 자산에서 하이닉스에 뒤진다는 얘긴데,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에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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