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에 형성된 코리아타운은 단순한 상업지구가 아니라 한인 이민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다. 한 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삶을 시작했고, 가게를 열었으며, 교회를 세우고, 자녀를 교육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와 기억들은 대부분 개인의 앨범 속 사진, 교회나 단체의 문서, 혹은 한인 언론의 오래된 기사 속에 흩어져 있을 뿐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 세대가 바뀌고 기록이 사라지면 공동체의 기억 역시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리아타운 디지털 아카이브(Koreatown Digital Archive)’ 구축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한인 이민 사회의 역사와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온라인 기록 저장소다. 이는 단순히 옛 사진이나 문서를 모아놓는 작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적 정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문화 사업이다.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 모습, 코리아타운 형성 과정, 한인 상권의 발전, 한인 단체와 교회의 활동, 정치·사회 참여의 기록까지 다양한 자료가 한곳에 모일 때 비로소 한인사회의 역사적 서사가 완성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다른 이민 공동체들을 보면 디지털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많은 유대계나 중국계 커뮤니티는 이미 대학이나 도서관과 협력해 이민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은 단순한 역사 자료를 넘어 학문 연구와 교육, 그리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반면 한인 사회는 짧지 않은 이민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의 체계적인 보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그 결과 초기 이민 세대의 경험과 기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리아타운 디지털 아카이브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는 교육 자료가 되고,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 또한 디지털 아카이브는 한인 사회가 미국 주류 사회와 소통하는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코리아타운의 형성과 발전 과정은 미국의 이민 역사와 도시 발전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는 대학 연구자나 언론, 지역 사회 기관들이 한인 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이러한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료들은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K-Culture와 만날 때, 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드라마, 영화나 연극 또는 뮤지컬과 같은 파생콘텐츠를 무한대로 생산해내어 새로운 문화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초기 이민 세대는 이미 고령에 접어들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기록은 세월과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코리아타운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단순한 문화 사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 보존을 위한 긴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회, 커뮤니티 센터, 한인 언론, 대학 연구기관 그리고 일반 한인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각 단체가 보유한 자료를 공유하고, 개인들도 자신의 기록을 기증하거나 디지털화하는 과정에 참여할 때 공동체의 역사적 자산은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특히 코리아타운의 역사는 지역 공동체의 역사이기 때문에 각 지역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인회는 그 지역 한인 사회의 대표 단체로서 가장 많은 역사적 자료와 기억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의 다양한 단체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 교회, 단체, 상공인, 그리고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진과 문서, 구술 기록 등을 모은다면 코리아타운의 형성과 발전 과정이 훨씬 입체적으로 기록될 수 있다.
코리안리서치센터(Korean Research Center)는 이미 이러한 ‘코리아타운 디지털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해왔다. 코리안리서치의 그동안의 경험과 지역 한인회 및 단체들의 참여와 한인 기업들의 후원 등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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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