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물보안법
2025-08-01 (금) 12:00:00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지난해 1월 미국 의회에서 ‘생물보안법’이 공화당 의원들의 주도로 발의됐다. 미국 연방 정부 기관들이 ‘적성국과 연관된 바이오 기술 공급자’와 계약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이다. 미국 연방 규정에 명시된 중국·러시아·북한 등 6개의 적성국 가운데 중국이 생물보안법의 주요 표적이 됐다. 이 법안은 중국의 우시앱텍·우시바이오로직스·컴플리트제노믹스·BGI·MGI를 ‘우려 대상 바이오 기술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어 이 회사들의 장비 및 서비스가 미국 연방 정부 기관에 공급되는 것을 금지하고 해당 장비·서비스 활용 사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증액을 막도록 했다.
■미국인 유전자 정보가 적성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게 생물보안법을 추진하는 명분이다. 모든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요청 데이터를 국가기관에 공유하도록 의무화한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는 중국 ‘바이오 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2024년 중국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1조 9312억 위안에 달했는데 중국 바이오 기업은 이 가운데 30%가량을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내수에서 실력을 키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2023년부터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9월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러다가 최근 생물보안법 재추진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르면 연내에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시장에서 중국의 빈자리를 우리 기업들이 차지할 수도 있다. 미국 바이오 기업의 약 79%가 중국에 기반을 두거나 임상·제조 등을 중국 기업에 맡기고 있다. 중국 대신에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위탁 개발·생산 등에 적극 나서려면 가성비와 기술력·인프라를 갖춰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생물보안법 입법 동향을 살피면서 바이오 산업 규제를 풀고 기술 혁신을 위한 전방위 지원을 강화해 한미 ‘윈윈’의 물꼬를 터야 한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