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낱개 미사일 아닌 ‘10억달러 상당’ 시스템
▶ 중동 갈등 이후 재고 부족에도 검토 나서
▶ 휴전 응하지 않는 ‘푸틴 향한 분노’ 반영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우크라이나에 중단했던 무기 지원을 재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패트리엇 방공체계 1기를 통째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낱개 단위 미사일이 아니라 ▲발사기 2, 3대 ▲레이더 1대 ▲지휘통제소 ▲요격 미사일 수발로 구성된 10억 달러 상당의 패트리엇 시스템 자체를 지원한다는 뜻이다.
지원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한 것보다 더 많은 주요 무기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자 이례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WSJ는 복수의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트리엇 방공체계 지원과 더불어 다른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무인기(드론)?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해 우크라이나에 ‘생명줄’ 역할을 하는 패트리엇 확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선 셈이다.
유럽이 미국에서 사들인 패트리엇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면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패트리엇 시스템은 총 7, 8기로 추정되며 미국(3기)과 독일(3기) 그리고 나머지 유럽 국가가 공동으로 지원한 1기가 포함된다.
수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방공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던 미국은 최근 패트리엇 미사일을 비롯, 기존에 약속한 무기 지원을 중단했다가 갑자기 지원 재개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신규 지원까지 검토 중이다. 사실 무기 선적 중단은 미국 우선주의 성향이 강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독단적 지시였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중동에서 이란의 카타르 미군기지 공격에 대응하면서 패트리엇 재고를 상당부분 소진한 상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통 큰 결심’을 한 건 휴전 요구에 응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을 향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후 24시간 안에 끝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푸틴 대통령과 6차례에 걸쳐 공개 전화회담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다.
특히 지난 3일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대립을 초래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통화 직후 “푸틴과 나눈 대화에 매우 실망했다”고 직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도 “푸틴은 우리에게 엄청난 헛소리(bullshit)”를 하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의 지원 재개로 숨통이 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현지 연설에서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에게 “미국과의 모든 접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특히 “우리 국민과 방어선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들이 가능한 빨리 실행돼야 한다”며 “특히 방공 분야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자 마치 시위하듯 우크라이나에 침공 이래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내각 회의 후 몇 시간 만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741대의 드론과 미사일 13기를 발사했다. 다만 대부분 방공망 등을 통해 격퇴돼 피해는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