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가 올해 상반기에 10% 넘게 하락해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저조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상반기 10.8% 하락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브레턴우즈 체제하의 금본위제가 무너지고 변동환율제가 도입됐던 1973년 상반기(-14.8%)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상하반기 상관없이 연속 6개월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낙폭이 크다.
올해 상반기 달러 가치는 스위스프랑 대비 14.4%, 유로화 대비 13.8%, 영국 파운드화 대비 9.7%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이던 1월 중순 한때 110.176으로 고점을 찍기도 했지만, 한국시간 1일 오전 9시 32분 기준 96.690로 연저점을 새로 썼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만 하더라도 무역전쟁으로 미국 이외 국가들이 타격을 입고 투자가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국가 신용등급 강등, 대규모 감세 법안 및 재정 적자 확대 우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약화 가능성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달러 약세는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지만 수입 물가가 오르고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도 된다.
채권운용사 핌코의 앤드루 볼스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실상 기축통화인 달러 지위에 중대한 위협은 없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달러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CIO인 릭 라이더는 "전면적인 탈달러화가 설사 온다해도 아직 멀었다"면서도 정부 부채 증가가 그러한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G의 프란체스코 페솔 외환 전략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헤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약세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정책 변동성 등을 근거로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심해질 것으로 봤다. 반면, 스위스 보험업체 취리히의 가이 밀러 수석전략가는 약달러에 베팅하는 투자가 이미 인기인 만큼 달러 약세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