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무소불위(無所不爲)

2025-06-12 (목) 07:45:37 오해영/뉴욕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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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無所不爲)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유래한 고사성어(故事成語)로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는 뜻이다. 중국 진나라에 상술이 뛰어난 여불위(呂不韋)가 보잘 것 없는 왕자 ‘자초’를 왕으로 만든 후 승상의 자리에 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권력을 쟁취한 지도자의 윤리적 타락으로 급기야 몰락하는 현상을 ‘밧세바 신드롬’이라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왕과 밧세바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장이 권력에 취해 성폭력 사건 등 윤리적 타락으로 ‘밧세바’ 신드름의 비극을 맞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다 얻은 듯 권력을 자신의 쾌락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권력이 있는 한 아무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무한권력을 행사해도 이를 통제나 감시하는 기능조차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가 태동됐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 중 득표율도 가장 높았다. 입법부는 이미 이 대통령 손안에 있으며 국회에서 못 할 일이 없다. 어떤 법도 만들고 인사·예산도 프리패스다. 내부 견제세력 또한 없다. 대통령 한마디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롯이 이재명 대통령 당이다.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면 헌법재판소도 진보 우위로 바뀌고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장악하는 것으로 민주화 이후 어떤 정권도 가져보지 못한 무소불위 권력이다. 그동안 정권을 보면 문재인 정권은 시작부터 박근혜 적폐 청산에 올인했다.

대통령, 장관, 비서실장, 수석 등 200명 이상을 구속했다. 정치 보복이었다. 1년 넘께 이어진 적폐몰이에 다른 국정 과제는 밀렸으며 국민 피로감도 컸다. 결국 경제를 망친 내로남불 정권으로 끝났다. 보복정치는 역대정권에서 신물나게 터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 보복은 없다고 했다. 분열을 치유하고 갈라진 나라를 통합하겠다고도 했다. 권력은 칼과 같고 쓰기에 따라 사람을 해칠 수도 있으며 구할 수도 있다. 정적 제거에 쓰면 피가 묻고 무뎌진 칼이 되고 자칫 자신을 찌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에 칼을 썼고 윤 정부는 내부 투쟁 도구와 김 여사 방패로 썼다. 이 대통령에게 최고의 갑옷은 방탄 법안이나 정적 제거가 아니라 국민 마음을 얻는 것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강하다. 역대 최강 정부가 가진 무소불위의 칼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이 대통령에게 달렸다.

때로는 국가에 필연적 상황에 직면할 때 권력자나 조직이 견제받지 않고 무소불위 절대권력이 필요한 경우 즉 자연재해나 대규모 사고 발생시 정부나 관련 기관이 신속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때 무소불위를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권력이 너무 지나치면 멸망으로 치닫고 종말이 온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항상 그랬듯이 정치적 샘법이 능하다. 상대당 국민의힘 전략을 훤히 꿰 뚫어지게 판단하고 전략을 짠다. 일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고 보수 출신 전문가들이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민주당의 외연 확장을 가시화했다. 이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을 강조한 정책을 내세운 것도 승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힘의 전략 부재와 당내 갈등은 당의 혁신적인 변화없이는 2026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와 항후 총선 그리고 차기 대선에서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결국 향후 정국은 민주당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속에서 정치적 긴장과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민의힘의 내부 정비와 보수 진영의 재편 과정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개혁 추진이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지 또 국민의힘이 보수 진영의 재건을 얼마나 이뤄낼 수 있을지 향후 대한민국 정치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남은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다. 취임 사흘만에 개편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중심에서 국정과제를 직접 챙기는 컨트롤타워로 중심을 잡고 무기력해진 관료사회를 압박해 일하는 이재명 정부를 견인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통령의 개혁을 지지하면서 우리 모두 기대해 보자. ‘소욕지족(小慾知足)’이라 했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붉은 꽃이 빨리 진다고 애달파 할건 또 뭐가 있나. 꽃이 져야 열매가 맺고 꽃이 필 때가 있고 질 때가 있듯이 만사유시(萬事有時) 세상은 다 때가 있게 되어있다. 우리 정치권의 명언(明言)과 명음 (明陰) 이다.

<오해영/뉴욕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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