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사랑과 존중, 감사의 의미가 깃든 날들이 연이어 있다. 이러한 절기를 맞이하며 우리는 자연스레 가정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긴다.
그러나 현실의 가정은 이상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사회학자들은 끊임없는 아동 학대, 부부 폭력, 노인 방임, 자녀와 부모 간의 대화 단절, 이혼율, 1인 가구, 고령화, 결혼 기피 현상은 우리 가정의 구조적 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선 폭력의 일상화가 된 가정은 더 이상 감춰진 문제가 아니다. 언어폭력, 신체적 폭력, 정서적 학대, 경제적 통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은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며, 부부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노인에게는 존엄을 빼앗는다.
심리학자들도 반복된 체벌은 아이의 자존감과 자기통제력을 파괴하며, 폭력을 내면화한 성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부부 간에도 ‘화풀이’ 수준의 심리적, 정서적, 언어적, 신체적 폭력은 점차 상대를 무서운 타인으로 느끼게 하며 결국 이혼으로 이어진다.
둘째로 스마트폰의 보급과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은 가족 간 대화를 빼앗아가고 있다. 말은 짧아지고 감정은 숨겨지고 있다. 여기서 부모는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간섭하며, 자녀는 부모를 피하거나 무시한다.
부부는 업무와 육아에 지쳐 감정의 여유를 상실하며, 노부모는 홀로 TV나 유튜브에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대화의 부재는 곧 공감의 부재로 이어지며, “우리는 서로 모른다”는 감정은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단절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같이 사는 타인’이라는 냉랭한 관계로의 변질과 감정 소외현상을 낳게 된다.
셋째로 이혼율 증가, 재혼 가정의 증가, 미혼모/부 가정, 고령 1인가구, 청년 고시원 가정 등 전통적인 핵가족 형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런 가정의 변화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지지가 미비하거나 구성원 간의 심리적 안정을 지탱할 기반이 부족할 경우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가정의 붕괴 현상을 극복하고 가정 기능이 회복되어야 사회도 건강해진다. 가정의 본질적 기능은 무엇인가! 가정은 단순히 ‘함께 사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다. 인간은 가정 안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사랑과 희생을 배우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즉,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적 사랑은 아이의 자기존중감(self-esteem)을 형성시키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정은 치유와 위로, 격려를 제공하는 최후의 안전지대이다.
가정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본보기이며, 인격의 뿌리다. 존중, 배려, 협력, 책임, 양보 등 사회적 가치를 체득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현장이 바로 가정이다.
우선 ‘정서적 양육자’로서의 부모의 역할을 회복하고, 부부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협력의 태도의 건강한 가정 문화를 만들어가자. 또한 “한 끼라도 같이 먹으며 눈을 맞추자.”는 이 작은 대화의 실천에서 변화를 찾자.
이런 가정이야말로 인간이 사랑을 배우고, 존중을 익히며, 공동체성과 연대감을 체득하는 출발점이며, 가정은 고통의 무대가 아니라 행복의 통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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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전성결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