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김소월의 詩”

2025-05-16 (금) 08:16:15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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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젊어서 즐겨 부르던 김소월의 작시로 노래 산유화가 생각난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봄 가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정말 정겨운 노래다. 아울러 김소월의 작시로 된 노래 중 가장 가슴 설레게 하는 또 하나의 시 초혼을 잊을 수 없다. 이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너무나 비통하고 애절했기 때문이다.

김소월은 가정이 가난한 상태에서 남산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평북 정주의 오산 학교를 진학했다. 그때 3살이나 많은 누나뻘 “오순”이라는 여자와 사귀면서 서로 의지하고 상처를 보듬으면서 사랑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너무 짧았다. 오산 학교 재학 중, 14세 때 할아버지의 친구 손녀인 “홍 달실” 이란 여자와 강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당시 상황으로는 조혼(早婚)에다 집안 어른들이 임의로 결정하던 때라 어쩔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오순”이도 19살 되었을 때 그녀도 억지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 후 둘이 연락은 끊겼지만 소월은 오순이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가혹해서 얼마 되지않아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오순이가 결혼 3년 뒤에 그의 남편한테 맞아 사망했다. 그 남편이란 자는 심한 의처증에 시달려 걸핏하면 폭력을 삼는 포악한 자였다. 소월은 가슴 아픈 마음을 안고 “오순”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사랑했던 그녀를 기리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편의 시를 헌사 한다. 바로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초혼”이다. 그 시를 음미해 본다.

초혼 (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왠지 눈물이 맺히며 그리 가엾은 생각마저 드니 어찌 하리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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