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직관의 힘’

2025-05-13 (화) 08:35:19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크게 작게
“목욕탕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물질의 비중을 알아낸 아르키메데스, 하늘의 색깔이 푸른 것을 바라보다가 대기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발견한 존 틴달(John Tyndall), 바나나가 상하면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문득 바라보고 비타민 C의 존재를 알아낸 알베르트 스젠트 기요르기(Albert Szent-Gyorgy), 화학자 케굴레(von Kekule)가 뱀이 엉켜있는 꿈을 꾼 후 벤젠의 화학구조식을 발견한 경우가 모두 직관의 힘을 빌려 위대한 과학자가 된 케이스다.”(데이비드 마이어스의 ‘Intuition Its Powers’ 중에서)

사람의 인식과 생각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은 의식과 무의식, 두 갈래로 나뉜다. 사람이 의식 메커니즘에 지나치게 의식의 영역으로 경도되면 직관의 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통찰력을 획득하기 어렵다.

사람의 의식 활동이 조용할 때 무의식의 직관의 문이 활짝 열리고 창의적 통찰과 상상력이 충만한 사람이 된다. 이때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 창의적 작품이 태어난다.


화담(花潭)선생이 길을 가다가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물었다. “너는 왜 울고 있는가?” 물었다. 우는 자는 대답했다. “저는 다섯 살에 눈이 멀어 이제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눈이 밝아지면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큰 일이 생겼습니다. 잘 찾아가던 집을 도무지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울고 있습니다.” 화담 선생이 말했다. “눈을 다시 감고 지팡이로 찾아가라. 그러면 네 집을 쉽게 찾을 것이다.”

눈을 다시 감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성의 힘이 아니라 직관의 힘을 의지하여 앞으로 나가라는 말이다. 직관의 힘은 신앙의 세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인생이 길 잃은 밤을 만났을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절히 필요로 할 때, 성령은 나를 돕는 보혜사(paracletos)로, 혹은 영적 직관의 힘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겸허하게 자신을 비운 기도의 내공이 오래 쌓이면 놀라운 영적 직관(spiritual intuition)의 세계가 열린다. 영적 직관의 은사를 받은 사람은 숨겨진 사물의 정수를 밝혀내는 분별 능력을 갖는다. 훼파된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재건하기위해 느헤미야가 예루살렘에 도착해보니 그를 시기하고 방해하는 대적들이 많았다. 도비야와 산발랏과 게셈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악하고 끈질긴 자들이었다.

하지만 느헤미야에겐 영적 직관의 있었다. 느헤미야는 심오한 기도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느헤미야는 영적 직관에 의지하여 적들의 음모를 미리 간파했다. 지혜롭게 대처했다. 느헤미야는 대적의 음모를 물리치고 예루살렘 성벽 중건을 52일 만에 완성하는 기적을 성취했다. 풍성한 영적 직관은 느헤미야를 탁월한 지도자로 만들어 준 원동력이 되었다.

헬렌 켈러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가슴의 직관으로 느끼는 것들이다.” 인지과학자 게리 클라인은 말했다. “논리, 분석, 통계적 사고에 길들어진 현대인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직관, 은유, 상상력을 통하여 인간 내면의 숨겨진 지혜(Sophia)의 근원을 발견하는 것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직관의 힘을 키우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