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탄생

2025-05-09 (금)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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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 14세’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

▶ 20년간 페루에서 활동, 5개 국어 능통
▶ ‘화해·포용의 사도’… 전 교황 정신계승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탄생

새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8일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선출됐다. 바티칸은 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레오 14세’를 선택했으며, 이로써 북미 대륙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날 오후 6시8분(LA시간 오전 9시8분), 붉은 커튼이 젖혀진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레오 14세는 눈시울을 붉히며 군중의 열광에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며 첫 인사를 건넨 뒤, 과거 페루에서의 사목 생활을 떠올리며 같은 말을 스페인어로 반복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남미 페루에서 오랜 시간 선교와 사목 활동을 이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교황은 “나는 수도회 출신이지만, 무엇보다 크리스천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함께 걸어갈 수 있다”며 포용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교황 선출 직후 그는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전 세계에) 강복을 통해 “모두를 위한 교회, 모두에게 열린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대화의 다리를 놓아 평화를 구축하자”고 전 세계에 호소했다. 그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발언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했다.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는 각국에서 몰려든 수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추기경 133명이 참여해 최소 89명의 지지를 확보해야 했으며, 교황 선출은 비밀투표 이틀째 이뤄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에 이어 두 번째로 비유럽권에서 배출된 교황이다.

레오 14세는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BBC방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된 건 추기경들이 그런 평가에 동의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 커다란 영광”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계 언론은 이번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새 시대의 시작’을 의미하는 역사적 장면으로 평가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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