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과 담판 앞두고…트럼프, 월가 달래기에 베선트 투입

2025-05-08 (목) 07: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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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 출신 베선트, 밀컨콘퍼런스서 “미 경제 강해”

▶ 관세정책 동력 위해선 ‘월가 우군’ 필요
▶ 비공개 행사에선 관세정책 우려 목소리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 출신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투입해 관세정책을 우려하는 월가 거물 투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달 4∼7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연구소의 연례 글로벌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일 행사에 참석한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미국에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행사에 참석한 투자자들에게 '진정하라. 우리는 계획이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게 FT의 평가다.

베선트 장관이 투자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성장을 촉진하고 주요 무역상대국들과 새로운 합의를 맺기 위한 계획을 갖추고 있음을 주지시키려 애썼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도 행사에 참석했다. 므누신 전 장관은 행사 도중 한 참석자가 관세 여파로 대미 투자 감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미국 외에 어디서 같은 기회로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사는 하이일드 채권 투자로 유명한 마이클 밀컨이 1980년대에 기업 매수자들과 모여 인수합병(M&A)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시작된 것으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경제 이슈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장이다.

지난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관세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은 미국 국채 등 시장 불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그만큼 정책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월가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미국이 이번 주말 중국과 첫 고위급 무역 협상에 나서는 만큼, 월가를 우호 세력으로 결집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베선트 장관은 오는 10∼11일 스위스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첫 공식 무역·경제 대화를 할 계획이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하면 2기 행정부 경제 금융 분야 고위직에 상대적으로 월가와 친숙한 인사가 적다는 점에서 월가에서는 백악관과의 관계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티케하우캐피털의 마티외 샤브란은 "베선트 장관은 모든 참석자에게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하려 여기 왔다"면서 "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그가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먼로캐피털의 테드 쾨니히는 "베선트 장관이 시장을 진정시키려 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가 좋은 것들을 많이 말했지만 구체성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은 (베선트 장관이) 참석한 데 들떴지만, 새로운 걸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하' 할만한 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개 행사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정해진 대본대로 발언하고 참석자들도 대체로 침묵을 지키는 등 관세를 둘러싼 우려나 이견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비공개 만찬과 회의에서는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수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한 참석자는 "내 경험상 밀컨콘퍼런스 가운데 가장 자기 검열이 심했다"고 말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참석자들이 비공개 행사에서는 미국 경제와 정책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한 반면 공개적으로는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행사에 중국 투자자들이 불참한 것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었다.

한 사모투자 업체 관계자는 "집권 초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전체적인 미국 자산 예외주의에 대한 낙관론이 있었지만 사라졌다"면서 "작은 희망이 생겼다가 사라지면 더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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