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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위기 인식이 없다’고…

2024-09-3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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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대선 후보직 사퇴가 사실상 결정된 게 지난 6월말께였던가. 이후 미국의 대선정국은 격랑의 흐름이 지배해왔다. 트럼프 암살불발에서 해리스로 민주당 후보 교체, 2차 트럼프 암살 기도, 그리고 막바지 박빙의 레이스로 이어지는.

그 3개월여의 기간, 국제정세도 위기와 격변의 연속이었다. 쿠데타, 테러, 폭력사태로 아프리카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도 악화일로 중이다. 부정선거로 3선에 성공한 마두로의 ‘막가파’식 공포정치와 함께. 중동에서는 불길이 세 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고전 중인 가운데 남중국해에서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정황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유럽 방문에서 전례 없이 통렬한 어조로 연설을 해 주목을 끌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계속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주 이유는 다름 아닌 중국의 지원 때문이라고 베이징을 향해 직공을 퍼부은 것.


블링컨 뿐만이 아니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중국의 러시아 전쟁지원을 비난한다. 그리고 그 발언은 날로 구체성을 더해가고 있다. 동시에 빠지지 않고 있는 거론되는 국가들이 있다. 이란과 북한이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계속 위기로 치닫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쿠데타와 테러가 열병처럼 번져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는…. 그 때마다 배후로 지목되는 세력은 중국이고 러시아다. 그리고 정황에 따라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집단, 그리고 북한이 거론된다.

하나의 블록을 형성해 곳곳에서 도발을 일삼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그 도발빈도가 높아지면서 이 네 나라에 따라 붙는 명칭도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권위주의의 축’, ‘독재세력 쿼드’, ‘침략의 축’에, ‘카오스 4중주단’이란 이름이 붙여지기까지.

이 ‘카오스 4중주단’의 관계는 날로 밀착을 더해가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에 공공연히 탄약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암암리에 러시아 군수산업을 지원, 전쟁을 돕고 있다. 거기에서 더 나가 이 독재국가들은 군사기술도 공유한다.

그래서인가. 존 아킬리노 전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중-러-이란-북한 블록의 대두를 ‘악의 축’의 재등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가지 관점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의 상황은 나치 독일. 군국주의 일본,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추축국을 형성,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전의 1930년대의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상황은 그러면 그 때의 상황과 얼마나 흡사한가.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사실상 대리전 성격의 세계전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은 대만도 모자라 필리핀도 겁박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은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또 다시 핵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정황들이 그렇다. 히틀러는 히틀러대로, 군국주의 일본은 일본대로, 또 무솔리니는 무솔리니대로 각개약진 식 도발에 나서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현상)변경을 시도했던 1930년대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이 리얼 클리어 디펜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당시 서방은 헛된 평화의 꿈에 젖어 안일한 유화책으로 일관했다. 1933년 윈스턴 처칠이 의회에서 한 연설이 바로 그 정황을 질타하고 있다. 나치 독일이 무서운 속도로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과거의 교훈을 배우지도. 또 적용도 못하고 있다고 개탄을 했던 것.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징병제 채택 국가는 여전히 희귀종에 속한다. 국방비 삭감은 유행이고 유럽, 캐나다, 심지어 대만에서조차 위기의식 같은 건 찾을 수 없다.’ 이어지는 지적으로 30년대의 분위기와 다를 게 없다는 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국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연방의회 산하 국가방위전략위원회(NSRD)가 최근 발표한 국방전략(NDS)보고서의 지적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고 머지않아 중-러-이란-북한 등 적대국과 동시다발적 전쟁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대책마련에 소홀해왔고 특히 미국의 일반 국민은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패전의 치욕에 떨고 있었다.’ 30년대 나치 독일의 모습이다. 90년대 이후, 특히 푸틴 러시아도 같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냉전패배 후유증이라고 할까. 중국은 중국대로 유럽 열강의 침략을 당한 ‘100년의 치욕’에 깊은 한(恨)을 품고 있다. 그 패배의식의 도치된 발로가 ‘한(漢)지상주다. 이 점에서도 2024년과 1930년대는 흡사성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히틀러가 전개한 것이 문화전쟁이다. 그 문화전쟁이라는 게 그런데 다름이 아니다. ‘실지회복’, 그러니까 괴이한 내러티브를 내세워 나치의 침략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식의 실지회복에 아주 진심이다. 푸틴도. 시진핑도.’ 리얼 클리어 디펜스의 진단이다. 체제가 기울어가고 있다. 시간이 없다. 초조하다. 그런 절박감에 내몰려 과거 냉전시대보다 오늘날의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무력행사에 의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거다.

그런 상황을 사전에 막으려면…. ‘강력한 미국의 부활 밖에 없다.’ NSRD의 처방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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