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이었나. 이스라엘이 건국된 해가. 이와 동시에 중동전쟁의 역사도 시작됐다.
1948년 5월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5개국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모양새는 이스라엘 대 아랍 국가들의 충돌이었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 대리전쟁이었다. 그 배후 세력은 소련으로 무기는 물론 훈련교관들까지 대대적으로 파견하는 등 아랍국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목표는 단 하나.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안보를 위협하는 거대한 뱀. 그 머리에 해당된다고 할까. 그런 소련에 대해 이스라엘은 속수무책이었다. 군사력에서, 지리적 여건에서도 소련에 대한 직접 공격은 언감생심의 처지였던 것,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기습적 테러공격을 가해왔다. 이를 신호로 헤즈볼라는 레바논 접경지역 이스라엘 거주민들을 타깃으로 대대적 미사일공격을 퍼부었다. 홍해에서는 후티 예멘반군이 도발에 나섰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예멘반군. 여기에다가 역시 테헤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 일부 시아파 민병대. 이들을 이란은 ‘저항의 축’으로 추켜세우며 배후에서 이스라엘 공격을 사주해왔다.
겁 없이 도발해오던 이 ‘저항의 축’은 가자 전쟁 발발 1년의 시점을 맞아 오히려 궤멸 상황에 몰리고 있다. 하마스는 무력화됐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암살공작과 군사공격에 조직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해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제거되면서 와해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종주국 이란은 구경만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10월 1일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180여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 이스라엘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이란이 이스라엘이 친 함정에 빠져들었다.’ 스팩테이터의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대리전쟁의 종주국을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케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과거와는 달리 뱀 대가리 제거 전략운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분석이다.
어떻게 뱀 대가리 공략에 나설 것인가.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란과 ‘저항의 축’, 이들의 최대 취약점은 쉽게 이야기해 돈(money)이다. 현금의 흐름을 끊는다. 그러면 고사(枯死)하고 마는 것이 ‘저항의 축’들이다. 당장 가족을 부양하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란의 회교혁명정부는 체제유지에 상당부문 수입에 의지하고 있다.
12만5000여 병력의 회교혁명 수비대의 군 장비와 부품을 대부분 북한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그 결제 수단은 대부분이 미 달러화다. 그 달러를 어디에서 충당해왔나. 원유수출대금이다. 2023년 현재 이란의 전체 수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이른다.
그렇지 않아도 테헤란은 무리한 군비지출에, ‘저항의 축’지원 등으로 파산일보 직전의 상황에 있다. 이런 정황에서 원유수출까지 막힌다면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까.
‘미국제 2000파운드 폭탄 수 십 발이면 회교혁명정부로서는 상상하기조차 끔직한 그런 상황이 올수 있다.’ 스펙테이터지의 진단이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이란의 정유소와 석유 저장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면 테헤란은 ‘경제적 뇌졸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란의 원유시설을 공격한다.’- ‘회교혁명정권 종식 없이는 중동평화도 없다’는 쪽으로 이스라엘의 전략의 가닥이 굳어지면서 이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의 주요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시설 공격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도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거론되는 또 다른 옵션은 이락의 핵시설 공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단독공격으로는 지하 깊숙이 숨겨져 있는 핵시설파괴가 용이치 않다. 핵시설 공격은 또한 이란의 일반 국민의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 다른 옵션은 이란혁명 수비대 사령부파괴와 회교혁명정부 수뇌부 제거작전이다.
여기서 상상을 해본다. 이란의 원유시설에 대한 맹렬한 폭격과 함께 이란 수뇌부 제거 작전이 동시에 펼쳐진다. 어떤 후과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아도 회교혁명정권에 대한 이란국민의 반감은 여간 깊은 게 아니다. 그런 마당에 원유수출이 막히면서 살기는 더 힘들어진다. 결국 반정부 시위가 곳곳에서 격발, 정권타도운동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의 하나같은 진단이다.
관련해 주목되는 게 있다. 이란 혁명정권 레짐 체인지를 겨냥한 듯 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설이 그 하나다. 지난달 30일 네타냐후는 이란 국민에게 보내는 페르시아어 자막이 붙은 영어 영상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여러분과 함께 한다”며 “여러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번번이 워싱턴의 요청을 묵살한다. 그러면서 ‘마이 웨이’를 고집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네타나휴 이스라엘 정부에 끌려 다니는 바이든 행정부. 이 역시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안팎으로 취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 주제에 중동의 패권자로 자처하고 나섰다가 자칫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그게 5차 중동전쟁을 앞둔 이란회교혁명정권이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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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