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뉴욕총영사관 광복절 발언 논란을 바라보며

2024-08-27 (화) 이미선 뉴욕평통 사회복지분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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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랑외교’란 늑대처럼 거친 힘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스타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코로나 책임론을 제기하며 연일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나설 때 자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때론 상대국과의 대립도 불사하며 공세적 외교정책을 펼치는 즉 “좋은 친구는 술로써 대접하되 늑대, 즉 적들은 총으로 쏴 죽여라”라고 한 고약한 외교 스타일을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 논란으로 광복절 경축식이 둘로 갈라져 개최되는 등 이념 갈등으로 시끄러웠다.

뉴욕에서도 김의환 뉴욕총영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 발언이 대중을 상대로 자신 안에 있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고 지탄을 받았다.


공직자란 항상 자기의 많은 부분을 국가라는 주체의 전신거울에 들이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때론 ‘페르소나 논 그라타’ 즉 외교적 기피인물로 거울에 투영된 이들도 있었고, 크고 작은 일로 투영되어 귀임 처분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외교관 개인의 발언이 곧 중대한 외교 사고로 규정돼버리기 때문이다. 곧 국가가 항상 들이 대고 있는 전신거울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만나본 뉴욕총영사는 그저 동포들과 허심탄회한 내적 스킨십 즉, 더욱 친밀하게 소통하려 노력하고, 때론 정부의 언어 즉, 무겁고 부담스러운 주제보다는 소박하고 털털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그를 두고 나는 감히 그는 영혼이 있는, 정서적 허기가 없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그가 위험부담을 안고 자기의 소신을 밝힌 것도 어쩌면 그의 뜨거운 영혼이 앞장섰을 게다.

감정은 걸치고 다니는 게 아니라 뜨거운 영혼과 함께 품는 거니까.

세상과 사람, 배우고, 읽고를 좋아하는 풍부한 감성으로 시도 지어내는 그를 난 의존이 아닌 한 동포로서 의지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 믿고 싶다.

전랑외교에서 보여주는 적의 예처럼 상대가 마음에 안든다고 즉시 처단해버리는 방식의 공격과 매도를 멈추고, 오히려 힘을 보태 총영사로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오마카세’를 외쳐본다. 앞으로 어떤 메뉴로 외교스타일을 짜는지는 ‘맡김 차림’이 최고이기에…

<이미선 뉴욕평통 사회복지분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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