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올림픽과 양궁

2024-08-08 (목) 김길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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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파리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승전보로 양궁의 금메달 소식이다. 양궁은 우리 대한민국의 올림픽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양궁은 한국의 전통적인 스포츠이다. 왕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즐기던 오랜 역사를 지닌 운동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십년 간이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한다.

전주 풍남동에 가면 조그만 동산인 오목대가 있다. 그곳엔 한 기념관이 있는데 일본의 왜구가 조선을 쳐들어 왔는데 당할 재주가 없었다. 왜구의 장군은 소년으로 용맹한 아지발토란 장수였다. 이성계가 이끄는 조선 군인이 작전 계획을 세웠는데 한 장군이 활로 그의 투구를 벗기면 이성계가 그의 얼굴을 쏘아 죽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지발토를 죽이고 기념관을 세운 곳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활을 잘 쏜다. 활을 쏘는 것이 때로는 왕의 자격 조건이기도 했다. 내가 그곳을 잘아는 것은 그 동네에서 살았고 내가 잊을수 없는 추억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여학생이 날 찾아 왔다. 전주여고의 대대장을 하는 친구다. 우리가 잘 알듯이 대대장은 그 학교를 대표하니 얼굴과 몸매가 뛰어나야 대대장이 된다. 그녀가 우리집에 와서 날 데리고 올라간 동산이 오목대이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나오는 소년이 소녀의 어깨에 밤새 기댄 것처럼 그녀가 내 무릎에 누워 쫑알대는데 별빛 사이로 비치는 홍조를 띈 그녀의 얼굴은 마치 천사와 같았다. 그녀의 머리를 살짝 들어 올리고 ‘쪽’을 했다. 그것이 여자와의 첫 키스다.

어린 아이가 엄마 아빠를 처음 부를 때와 첫 걸음을 띌 때 부모가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잊을 수없는 추억이다. 그녀가 내 심장에 큐피트의 활을 쏘듯이 대한민국의 궁사들이 파리의 심장을 꿰뚫고 있다.

<김길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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