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딸의 한국 첫 비행 동행

2024-07-30 (화)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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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이 미국내에 다니는 보잉737기를 조종했었다. 회사에서 이번에 새로 구입한 꿈의 항공기라고 불리는 보잉 787기 조종사로 선발되어 콜로라도 덴버에 있는 훈련원에서 훈련을 받고 현장 실습으로 그리스와 호주를 다녀왔다.

첫번째 국제선 비행으로 한국을 신청하여 가게 됐다며 엄마, 아빠도 자신이 조종하는 비행기를 타고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왔다. 뜻 깊고 축하할 일이라 기쁜 마음으로 가기로 했다.

딸은 한국에서 태어난지 1년 6개월 만에 내가 상사 주재원으로 오게되어 뉴욕에 와서 살게 되었다.
나와 아내는 뉴저지 뉴왁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6시간 후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렸다. 라스베가스에서 온 딸을 반갑게 만났다. 공항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호텔에 입실 수속을 했다.


베이 팍(Bay Park)을 거닐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보았다. 딸이 알려준대로 착륙하려고 공중에서 내려오는 비행기들을 스마트폰 웹사이트를 통해 보니 어디서 출발한 어느 항공사 소속인지 알 수 있다.

인천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도 날아오고 있다. 정보화된 세상임을 실감한다.
우버택시를 타고 인근 벌링게임(Burlingame) 시에 가니 음식점과 카페와 특색있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일식당에서 저녁을 들며 환담을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에 공항에 가니 유나이티드 항공사 소설 미디어팀이 와서 딸과 인터뷰하며 동영상을 촬영한다. 탑승을 하여 자리에 앉으니 꿈의 비행기라는 애칭대로 여러 면에서 보다 편리해졌다고 느꼈다.

이륙 전에 나는 안전운행을 위해 기도했다. 딸이 임무 교대시간에 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2층에 있는 방으로 쉬러 갔다. 한 잠 자고나서 비행지도를 보니 일본을 지나 한국 영공에 진입했다. 창밖으로 울창한 숲과 바다와 섬을 본다. 내 가슴이 설레인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내리기 전에 조종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종실에서 딸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국내선은 조종사가 2명인데 국제선은 조종사가 4명이며 2인 1조로 교대로 조종한다.
인천공항은 여느 때처럼 깨끗했고 세관 통관도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조종사들과 함께 호텔 밴을 타고 여의도에 있는 콘래드 호텔에 와서 배정된 방에 짐을 두고 나왔다.

우리 가족은 호텔 부근 여의도 공원을 둘러 보았다. 내가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고층빌딩이 보인다. 열정을 다해 산업전사로 일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제는 선진국이 된 조국이 자랑스럽다. 공원을 지나다니는 직장인들이 활기차다. 연못도 정자도 나무들도 잘 가꾸어져 있다.

한강 쪽으로 가는 도중 일제시대 한인 최초의 비행사인 안창남 동판을 보았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그가 1922년 여의도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했다. 당시 서울인구의 6분의 1인 5만 명이 한강변에서 관람했다. 딸에게 설명하고 옛날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었다고 했다.

한강공원에서 보니 유람선이 여유롭게 떠다닌다. 강 건너 남산 앞에 뜬 무지개가 우리를 환영하는 듯 하다. 야외무대가 보이고 객석에 앉은 젊은이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쾌적한 공원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여가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순복음교회를 지나 국회의사당 건물앞에서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한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까지 걸어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호텔식당에서 부페식으로 식사를 했다. 음식이 다채롭고 맛이 있다. 몇 시간후 딸은 일하러 인천공항에 가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야 한다. 나와 아내는 친구들을 만나 강원도 철원 주상절리를 관광하기로 되어 있어 호텔로비에서 딸과 웃으며 작별의 포옹을 했다.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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