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가치기준의 중요성’

2024-07-29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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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하는 두 배가 가까운 거리에서 조우했다. 큰 배에서 작은 배에게 먼저 신호를 보냈다. ‘진로를 남쪽으로 10도 바꾸라.’ 작은 배에서 회신이 왔다. ‘그쪽에서 진로를 북쪽으로 10도 바꾸시오.’ 큰 배의 선장이 다시 말했다. ‘나는 사령관이다. 즉각 진로를 남쪽으로 바꾸라.’ 답신이 왔다.

‘나는 일급 항해사요. 당신이 진로를 북으로 바꾸시오.’ 화가 치오른 사령관이 다시 신호를 보냈다. ‘나는 함대 사령관이다. 지금 진로를 남쪽으로 바꾸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마지막 답이 왔다. ‘살고 싶으면 즉시 진로를 북으로 바꾸시오. 나는 등대에 있소’“(루이스 콜의 ‘위기에 강한 남자가 되라’중에서)

토지보상 문제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이 있었다. 아무도 자신의 억울함을 귀담아 듣지 않자 이 노인은 사회가 규정한 가치기준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야밤에 국보 1호 숭례문 내부에 이 노인은 잠입했고 동트는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방화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 숭례문은 겨울 새벽에 부는 세찬 북서풍을 타고 순간 잿더미가 되었다.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구경꾼, 둘째는 선수, 셋째는 스승이다. 가치기준이 불투명한 사람은 자기도취적 구경꾼의 삶을 살아간다. 이런 사람은 남을 비판하는 일엔 열심이지만 공공(公共)을 위한 삶을 살아내는 일엔 무능하다.

하지만 공공의 가치기준이 높은 사람은 선수의 삶을 살다가 존경받는 스승으로 인생을 마무리 한다. 영국에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달려 나가는 젊은이들은 언제나 이튼(Eton)출신이다. 높은 공공우선의 가치기준 때문에 이튼은 영국 최고의 명문 스쿨이 되었다.

숲에서 막 베어 낸 나무는 바로 목재가 되지 못한다. 자기중심의 이기적 성품이 미처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 나무를 목재로 쓰려면 충분한 건조가 필요하다. 통상 6-12개월의 건조의 과정을 거치면 나무는 본래의 거칠고 무질서한 성질을 순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나무에게 건조의 시간은 재창조의 단계다. 만일 건조의 시간을 빼앗으면 나무는 제 몸을 비틀며 자유방종 한다. 뒤틀림, 방종, 오만을 방지하려면 켜놓은 나무를 서늘한 그늘 밑에서 서서히 건조해야 한다. 나무에게 건조의 과정은 기준 준수의 삶을 배우는 학습기간이다. 건조의 방법은 인조건조보다 천연건조가 좋다. 벌채후 낙엽이 붙은 채로 산에서 자연 건조한 나무는 최상급이다.

80세 까지의 모세는 아직 건조되지 않은 나무였다. 다듬어지지 않은 민족주의 사상으로 모세는 사람을 죽이고 미디안 광야로 도망쳤다. 그곳에서 모세는 40년 동안 고독한 목동으로 살았다. 놀랍게도 모세에게 미디안 광야는 최적의 천연건조장 이었다.

40년 건조의 기간이 끝나자 하나님은 모세에게 찾아 오셨다. 충분히 건조된 모세는 새 사명을 부여받았고 탁월한 비전을 가진 공공의 리더가 되었다. 당신을 건조하는 가치기준은 무엇인가.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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