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작은 일을 비범하게’

2024-07-15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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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자꾸 보채고 안달하면 방망이가 거칠어지고 제 모양이 안 나온다니까.” 노인이 말했다. 노인은 이러 저리 돌려가며 쉬지 않고 깎는다. 저러다가는 방방이는 다 깎여 없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그 후에도 노인은 한참 동안을 더 다듬고 깎아 낸 후에 방망이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이리저리 보더니 이제야 다 되었다고 내 주었다. 값을 치르고 버스 앞에 다가와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노인은 그제 서야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휘어진 허리를 펴고 동대문 추녀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이는 흰 수염과 함께 고집스런 그의 모습에서 존경스러움을 느꼈다.“ (윤오영의 수필집 ‘방망이 깎던 노인’ 중에서)

대가는 작은 것에 섬세하다. 대가는 작은 것을 비범하게 처리하는 창의성을 지녔다. 작은 일부터 비범하게 처리하는 대가의 장인(匠人) 정신을 길러야 하나님이 큰일을 맡기신다.

출애굽한 1세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왜 가나안 진입에 실패하고 시내광야에 주저앉았나. 매일 매일 임하는 하나님의 작은 은혜를 귀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큰 것만 바라보고 원망 불평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천국 비유를 보면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겨자 나무가 된다. 장정만 5천명을 한 자리에서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도 오병이어의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어느 날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을 찾기 위해 베들레헴에 도착했다. 베들레헴 도성의 장로 중 한 사람이었던 이새가 사무엘을 영접하여 자신의 집으로 모셨다. 사무엘은 이새의 일곱 아들을 면밀하게 살폈지만 흡족하지 않았다. 사무엘은 이새에게 다른 아들은 없느냐고 묻는다. 이새가 대답한다. “아직 막내가 남았는데 그는 양을 지키나이다.” 사무엘이 말한다. “그를 데려오라 그가 여기 오기까지는 우리가 식사 자리에 앉지 아니하겠노라.”


사무엘은 다윗을 만나보지도 않고 결정을 내렸다. 다윗이 험한 골짜기에서 양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백성을 이끌 이상적인 리더는 양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그들과 함께 동거 동락하는 목자이어야 함을 사무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 양치는 일은 오늘 날 3D 업종에 해당하는 냄새나고 힘든 중노동이다. 사회의 인정받는 업종은 농업인이 되어 양식을 생산하거나 관리가 되어 사회를 다스리는 일이다. 한편 어린 다윗은 형들에 비해 작고 보잘 것 없는 양치기 일에 묵묵히 헌신했다. 다윗의 성실함과 이타적 모습이 사무엘의 마음을 움직였다

백수의 왕자 호랑이는 작은 일을 비범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작은 짐승을 쫓을 때 다른 좋은 사냥감이 가까이 있어도 절대로 목표를 바꾸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실수가 없는 호랑이의 절제를 보고 뭇짐승들이 두려워 떤다.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예수는 말씀했다.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 할지어다.” 자신의 맡은 작은 일에 혼을 불어넣으라. 섬세함의 대가가 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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