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뛰어난 친구 만들기’

2024-07-01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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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가 모세의 말대로 행하여 아말렉과 싸우고 모세와 아론과 훌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기더라. 모세가 팔이 피곤하매 그들이 돌을 가져다가 모세의 아래에 놓아 그로 그 위에 앉게 하고 아론과 훌이 하나는 이편에서, 하나는 저편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올렸더니 그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아니한지라 여호수아가 칼날로 아말렉과 그 백성을 쳐서 파하니라.” (구약성경 출애굽기 17장에서 인용)

하나님은 모세, 여호수아, 아론과 훌이 서로 친구가 되어 동역하는 모습을 보시고 전쟁의 승리를 허락해 주었다. 하나님은 인간들이 서로 친구가 되어 동역할 때 감동하신다. 그들을 도와주신다.

포도나무에게 특이한 점 하나가 있다. 포도나무는 덩굴 식물이라 혼자서는 서지 못한다. 반드시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버팀목이나 기댈 것이 필요하다. 옆에 있는 것이 협력자이던 경쟁자이던 간에 아무 상관없다.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그것들과 동업하거나 혹은 경쟁하면서 포도나무는 좌우로 넘어가고 위 아래로 뻗어나간다.


포도나무의 별명은 등산가(climber)다. 우리는 포도나무로부터 등산가의 정신(spirit of the climber)을 배워야 한다. 옆에 있는 영적, 인적, 물적 자원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용설((用說)의 지혜를 체화해야 한다.

다윗은 포도나무를 닮은 인물이다. 옆에 쉬지 않고 괴롭히는 사울이 있어도, 블레셋과 아말렉같은 원수가 있어도 다윗은 그들을 불평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몽골제국의 영웅 칭기즈칸의 가문에 소르각타니(Sorkaktani)라는 기품 있는 여성 기독교 신자가 있었다.

소르각타니는 칭기즈칸의 몽골이 막강한 제국으로 굴기하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맞섰던 천적(天敵) 옹칸의 사랑하는 딸이다. 어느 날 칭기즈칸이 옹칸을 죽이고 대몽골의 지배자로 등극했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자신의 어린 시절 죽마고우였던 옹칸을 정복하고 죽게 만든 일이 늘 마음에 걸렸다.

칭기즈칸은 옹칸의 자녀 중 기독교 신앙이 돈독한 소르각타니를 찾아내 집으로 데려왔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막대 아들 톨루이와 결혼시켜 자부로 삼고 특별히 보살펴 주었다. 큰 리더답다. 놀라운 포용이고 ‘뛰어난 친구 만들기’ 전략이다. 몽골의 부족 중 돈독한 기독교 신자가 뚜렸하게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은 리더를 꿈꾸는가. 뛰어난 친구 만드는 일을 힘쓰라. 내 옆에 있는 것이 하찮은 잡초라도 좋다. 아픔과 시련의 가시 덩굴이라도 좋다. 포도나무처럼 그것에 기대고(leaning) 감아라(holding). 그것을 딛고 일어나라(getting up). 위를 바라보고 올라가라(climbing). 부딪쳐 싸우려고 하면 힘이 빠진다. 원수를 친구로 만들면 힘이 배가(倍加) 된다. 새 길이 열린다.

로드 와그너는 말했다.“서로 신뢰하고 믿으라. 우주선에 함께 탄 승무원처럼 운명 공동체가 되라. 공동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라. 서로 용서하라. 서로 경청하라. 진정한 벗이 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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