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러시아와 중국

2024-06-28 (금) 민병임 논설위원
크게 작게
최근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을 갖고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약전문 제4조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이다.

이 ‘유사시 자동군사 개입’은 2000년 ‘침략위험 있으면 지체없이 접촉한다’는 우호 친선 및 협력조약 2항이 구체화되어 상호지원을 명문화한 것으로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푸틴은 탄약이 필요하고 김정은은 돈이 필요한 두 정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 만남은 한반도 안보에 잠재적 위협을 준다. 두 정상은 평양공항에서 포옹하고 의장대를 사열하고 평양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안에 나란히 선 채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러한 매 순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 병사들은 전사하고 북한군이 제공한 포탄을 맞고 우크라이나 병사들도 죽어갈 것이다. 작년가을 러시아는 북한의 포탄을 컨테이너로 제공받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했다.

이들의 만남에 중국은 “북러 정상의 교류는 양자간의 일”이라고 쿨하게 받아들이지만 속내는 편치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높아지면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인도, 태평양 중심으로 미군 주둔이 확대될 것이다. 이는 중국의 대만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이 어려워지고 대북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는 한국의 6.25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의 김일성은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러시아의 스탈린을 찾아가서 의논했고, 전쟁 계획을 승낙받았다.

스탈린은 1937년 9월~12월 17만2,000여 명의 동포를 연해주에서 황무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자이다. 중국은 국군과 유엔군의 진격으로 통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 수십만 명의 중공군을 내려보내 전쟁을 장기화시켰고 휴전으로 가게 했다. 중공군이 개입한 1.4후퇴시 가장 많은 이산가족이 생겼다고 한다.

6.25는 군인보다 민간인 사망자가 더 많았던 전쟁이다. 학살과 부상, 납치, 행방불명 등으로 100만여 명의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6.25전쟁 당시 서울의 주인이 네 번이나 바뀌면서 수많은 비극이 발생한 것과 연관있다.

1950년 6월25일 북한 남침 3일만인 6월28일 서울이 함락되면서 인민군 천하가 되었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에 힘입어 그해 10월 서울을 탈환했다. 압록강과 두만강 라인으로 올라가 김일성의 항복을 받으려는데 10월중순 압록강을 넘어온 중공군이 들이닥쳤다. 1951년 1월4일 다시 서울은 함락되었다.

유엔군의 재반격으로 9월28일 서울을 수복하여 시청에 태극기를 꽂았다. 그러는 동안 서울시민들은 한손에 태극기, 한손에 인공기를 고민할 정도로 비참한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전쟁이 끝나서는 또 먹고 살기 위한 생존경쟁이 더욱 전쟁같은 상황을 치러야 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나라가 러시아와 중국이다.
2,000년대부터 시행된 중국의 동북공정을 알 것이다. 2,000~4,000년 동안 만주 들판은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까지 우리 조상의 터전이었다. 고구려 시조 주몽이 터를 잡은 환인, 오녀산성, 고구려산성, 새로운 도읍지 집안 등에 광개토대왕비, 장수왕릉, 고분벽화 등 유적이 다양하다.

중국은 현재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를 한국인들이 접근 못 할 정도로 막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국경내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모든 민족은 중국 민족이라니 우리 고유 역사를 빼앗길 판인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우리에게 상처와 오욕의 과거를 남겨주었다. 역사의 격량 속에 이리저리 부딪치면서도 살아난 한국, 결집되고 강한 힘이 있어야 더이상 당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 정치계는 혼탁하고 혼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더욱 관심을 갖고 분별력 있는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