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6월의 끝자락에 서서

2024-06-28 (금) 김영란/두리하나USA뉴욕대표·탈북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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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 머-언 지난 날은 아니더라도 2024년 1월부터 단 6개월만이라도 무엇을 하면서, 그래도 하루를 24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그리 간단한 숫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 세월도 아닌 것을… 불과 올해 들어서 여섯 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도무지 1월에서부터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 자랑스럽게 말할 수가 없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천국으로 불러가실 시간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들에게 값없이 주신 귀중한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고 값지고 보람있게 살아야 하는지 나 자신 스스로 다짐하며 마음을 새롭게 추스려 본다.

이 시간 다시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1월 그 추운 날에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가련한 사람들에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사랑의 손길을 몇 번이나 펴보았는가. 2월 꽃샘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칠때 추위에 떨며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의 겉옷을 벗어서 등뒤로 덮어주고 싶은 생각이나 해 보았는지?


지난 3월에도 길거리의 나무들에서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오고 집집마다 뜰에서는 가지각색 꽃들이 배시시 고개를 들고 아름다운 미소로 우리들에게 반가운 손짓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주님의 오묘한 솜씨로 이토록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시는데 나는 얼마나 활짝 반가운 웃음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쁨이 넘쳐 흘렀는지.

또 지난 4월은 우리 주님이 부활하신 가장 귀한 날임에도 교회에 가서나 집에서나 자녀들과 최고의 기쁨을 드리며 감사했어야 하는 날인데… 그럼 지난 달 5월에는 어땠나?

자녀들이 나의 집에 다 모여서 어머니 은혜 노래를 큰 목소리로 불러주어 나는 감격에 넘쳐 눈물을 흘렸었고 특별한 꽃 카드들을 준비해서 정성껏 감사하다는 글을 써서 저들이 아꼈던 축하금을 넉넉히 넣어서 나를 몹시도 기쁘게 해주었는데 바로 그 날이 지난 달이었는데도 어, 어? 아이들이 준 그 많은 돈을 어디 어디 썼나 곰곰히 생각해도 딱히 생각나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

이 6월 막바지에 서서 깊이 생각해 본다. 그동안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을 사랑해 왔으며 더구나 먼 나라 선교지에서 수고하시는 선교사님들과 그곳의 열악한 나라 사람들에게 얼만큼의 마음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전달해 보았는지… 6월은 1년의 꼭 반을 지나온 계절이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니 이제 어쩔 수 없이 7월로 넘어가야 한다. 1년의 절반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우리 주님께서 잘했다 칭찬하실 것 같지 않다. 이제 정신 차려서 주님이 기뻐하실 일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하겠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장 13절)” 그리고 나의 자녀들에게는 구약 말씀 다니엘서를 읽으며 사자도 두렵지 않고 풀무불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다니엘의 신앙과 세 친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절대적인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신앙을 본받아 굳게 잡으라고 가르쳐야겠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천국으로 불러갈 시간이 언제인가는 아무도 모르지만 죽음의 준비는 꼭 해야 될 것 같다. 그 후에는 주님의 품에 안겨서 잘했다 칭찬하실지… 아무리 잘못 살아왔다 하더라도 하루라도 뒷걸음 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영란/두리하나USA뉴욕대표·탈북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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