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미 대선 TV토론

2024-06-26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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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지나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 후보자 첫 토론이 내일(27일) 벌어지게 된다. 행사를 주관하는 CNN 방송은 이 두 명의 전 현직 대통령의 입담 대결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90분간 펜과 메모장, 그리고 물 한 병만 지참할 수 있다는 것. 토론 중 두 차례의 중간 광고시간 중에도 두 후보는 캠프 관계자들과 상의할 기회가 없다. 정신 줄을 놓는 후보인 경우 광고후 토론화면이 다시 돌아오면 혹여 말을 버벅거리거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토론은 청중 없이 진행되고, 토론 중 발언을 하지 않는 다른 후보의 마이크는 꺼진다고 하니 도중에 끼어들거나 무례하게 말을 끊는 광경은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92년 미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이 내세운 구호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유명한 문장이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를 이기게 한 쉽고 기억하기 편한 한마디 구호였다. 이번 대선에는 누가 이런 짧고 굵은 캐치프레이즈를 유행시킬까.

주식시장은 매일 호황인데, 물가는 뛰고 자영업자들은 울먹이는 현실을 보면서 어쩌면 이 구호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열풍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타임즈도 유사한 논평을 낸 적이 있다. 지금의 미 경제 상황은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후보자의 공약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도 경제 데이터만으로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이번에 트럼프는 고공행진중인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지적하면서 바이든의 경제실패로 공격할 것이다.

사실 4인가족의 외식비가 너무나 비싸 가족의 무슨 날 어디 가서 외식 한 번 제대로 하고 오는 것조차 힘들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람들에게 절실한 인플레 문제 해결을 뒷전으로 하고 그 어떤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끝까지 러시아만 물고 늘어질까. 아이러니하게도 우크라이나는 전세계에서 농업생산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수년 전에도 휴전안이 있었다는데, 그때 얼마든지 바이든이 중간에서 마음만 먹었다면 휴전을 성사시키면서 노벨평화상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모든 기회를 놓치면서 미국인들의 삶, 아니 전세계인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도대체 지난 중간선거에서 큰 이슈화된 낙태문제가 어째서 전세계인들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2017년부터 시작된 트럼프의 4년 임기중에 미국경기가 나빴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가경제 경영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낸 그가 도덕적으로 저질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물론 있긴 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성 추문과 관련 유죄 평결을 받았고, 바이든은 차남인 헌터 바이든이 불법총기 소지 혐의 등으로 유죄 평결을 받아 양측 모두 도덕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둘 중에 덜 악한 것을 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일까?

미국의 위대한 헌법을 만들어낸 초기 대통령들은 현 기준으로 따지면 모두 수백명에서 수천명들의 흑인노예들을 거느린 악덕농장주들이었다.
하지만 국제정치라는 비정한 무대 위에서 미국이라는 신생공화국을 탄생시키자면 그런 비정하고 이기적인 인간 군상들이 아니고는 버틸 수라도 있을까.

내일 4년만에 TV를 통해 두 명의 노신사들이 서로를 물고 뜯는 광경을 또 보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무엇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우선시 스스로 리마인드 해야 하지 않을까.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에서는 과연 누가 경제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누가 어정쩡 말하지 않고 똑바로 본질을 명확하게 짚어 답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살펴보자.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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