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분산형 인생은 흔들린다’

2024-06-17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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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 웜우드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돌보는 환자가 신앙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불쾌했다. 하지만 아직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네가 할 일은 단 한 가지면 족하다. 그 사람의 마음을 분산시켜 놓기만 하면 된다. 그 사람 마음속에 일어나는 염려를 과장해서 말하라.

그러면 그 사람의 마음이 분산되어 신앙을 포기할 것이다. 그 다음, 그 사람이 해야 할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마음을 분산시키라. 집중해야 할 일을 붙잡지 못하는 사람은 흔들리는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몸에 배어있는 나쁜 습관을 유지하도록 부추기라. 그런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직 우리 악마의 편이다.’”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중에서)

스크루테이프(Screwtape)는 노련한 은퇴 악마다. 웜우드는 이제 막 악마 공부를 시작한 초보 악마다. 웜우드는 신앙을 가지려고 애쓰는 초신자를 미혹하여 넘어트리는 비법을 경험 많은 삼촌 “스크루테이프로부터 교습 받고 있다. 두 악마가 인간을 넘어트리는 데 사용하는 수법은 ‘분산’이다.


사격과 양궁선수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 훈련이 있다. 바늘구멍을 통하여 먼 과녁을 흔들림 없이 응시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을 반복함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기른다. 목숨을 걸고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면 그 분야의 대가가 된다. 스위스를 보라. 작은 시계 하나에 집중해서 최상위 선진국이 되었다.

어느 날 한 밤중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작은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횡단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큰 바람이 불면서 배가 사방으로 뒤흔들렸다. 공포에 사로잡힌 제자들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제자들의 비명 소리를 들은 예수님이 호수 위를 걸어 그들에게 다가 왔다. 베드로가 호수 위로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제일 먼저 알아보았다.

반가워 베드로가 외쳤다.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걸어오라 하소서.” 예수께서 즉시 응답하셨다. “오라.” 예수님의 음성을 듣자마자 베드로는 배에서 뛰어내려 예수님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간 걸어갔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베드로를 덮쳤다. 베드로는 파도를 바라보며 놀랐고 그 순간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베드로는 소리쳤다.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그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고 하시면서 손을 내밀어 건져 주셨다.

의심하지 않고 잘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믿음의 대상이나 본질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목표로부터 한 눈 팔지 않는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한 시선에서 벗어나 파도를 바라보는 순간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집중의 실패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믿음을 분산시킨다.

바울은 집중의 사람이었다.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바울의 삶의 목표는 ‘오직 예수’였다. 바울은 증언한다. “그 일 이후로 나는 내 한일 곧 뒤에 있는 것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갑니다.” 남다른 몰입과 집중력이 성(聖) 바울을 만들었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첫째는 통합형의 사람이고, 둘째는 분산형의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의 몫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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