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KOREAN SQUARE’

2024-06-14 (금) 이동형/뉴욕평통부회장·장교연합회공동회장
크게 작게
지난 2024년 5월15일 퀸즈 ‘KOREAN SQUARE’라는 곳에서 뜻깊은 보훈행사가 있었다.
지명은 좀 거창하나 막상 가보면 골목같은 네거리 만나는 곳에 작은 녹지가 있고 그곳에 마치 석기시대 유물같은 다듬어 지지 않은 작은 기념돌이 서있다. 크기가 보통의 비석보다 크지않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이 동네 젊은이들을 추모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고 1955년 5월22일 세워졌으니 휴전한 지불과 1년10개월만이다.

이날 대한민국 민주평통 뉴욕협의회 주관의 전몰용사에 대한 보훈행사였으니 이 기념석이 세워진지 실로 72년만에 은혜입은 나라 정부기구에 의한 공식적인 보은행사였다. 연로한 6.25참전용사들은 물론 뉴욕한인회와 뉴욕주재 정부인사들 특히 유엔무관의 참석은 한국군 현역장교신분의 처음 참석이라 뜻깊게 보였다.

모든 행사의 사전에 지역 경찰서에 보고하는 절차에 따라 신고하니 경찰서도 뜻깊은 행사를 반기며 바로 편의를 봐주고 당일 차량통제를 위한 경찰차량도 배치해 주는 것이었다. 뉴욕에서 6.25행사라면 맨하탄의 베터리팍이나 퀸즈의 키세나팍 등 좋은 경관과 전쟁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만 진행되었을 뿐 이곳은 아무도 찾은 적이 없었다.


15년 전 쯤 와본적 없는 이 동네에서 길을 잃고 운전하던 중 우연히 ‘KOREAN SQUARE’라는 표지판을 보고 이곳을 알게된후 당시 뉴욕의 군 원로이신 김장군, 공병부대장 출신의 김장로님 그리고 수소문하여 찾게된 이 동네 출신 한국 참전 노병 두분 등과 함께 이곳 영령들에 대한 간단한 의식을 가진후 참전한 두분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을수 있었다.

원래 이 지역은 남부 이태리 이주민들의 가난한 동네였고 본인들은 물론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간다는 것은 아무도 꿈도 꾸지 못했단다. 얼마후 이들의 군 입대는 당연한 일이었고 훈련후 한국전 파병 명령에도 아시아 어느나라에 간다는 호기심 뿐 두려움도 없었다.

수많은 전사자 발생의 한국전쟁에 이 지역 병사들도 예외가 아니었고 특히 이 동네 병사들 전사자 평균 나이는 19살의 어린 나이었다. 전사자의 장례는 시신 없는 것이 특징이어서 전사 통보를 받은 부모들은 어찌할바를 몰랐고 장례 치르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1953년 7월27일 전쟁은 끝났으나 돌아오지 못한 자식들 부모들의 슬픔이 모아져 기념석이 세워졌으나 이 돌은 다듬어지지도 않았고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 전사자 이름도 새겨 넣지 못했다.

당시 미국 정부도 2차세계대전 끝난지 5년 밖에 되지 않았고 많은 사상자 발생의 한국전쟁에 전사자에 대한 예우의 손길도 소홀했으리라. 다만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돌이 세워진 작은 녹지를 ‘KOREAN SQUARE’라고 공식 지명으로 명명하여 준것 뿐이었다.

2년전 몇몇 애국단체 주관의 이곳 행사를 주관하신 P교회 허목사님의 추도와 기도는 은혜입은 나라의 교역자로는 처음이었다.
미국에 한국전쟁 기념비만 272개가 있다고 한다. 이곳의 작은 이 기념석도 그 숫자에 포함됬는지 아닌지 모른다.

주변 경관은 물론 그 멋진 전쟁조형물도 전혀없고 세워진 작은 돌판하나도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다. 가장 초라하지만 가장 귀한 곳으로 사려된다고 이 분야를 연구하는 코리아리서치 J교수는 말한다. 지금까지 본 기념비중 가장 오래됐고 이 돌이 품고 있는 애환은 돈으로 따질수 없기 때문이리라.

이제 대한민국도 살만큼 잘 산다고 한다. 인접 국가의 식민지에서 갖 벗어났고 전쟁으로 인한 피폐함은 물론 한때 경상도만 빼고 온 나라가 적에게 유린되어 풍전등화 같을때 바로 이들의 피흘림과 희생이 있지 않았는가.

은혜를 모르는 국민은 잘 살아도 잘 사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많은 희생과 슬픔을 잊지 않기위해 이곳을 ‘KOREAN SQUARE’라고 명명해 주었지만 은혜입은 코리언들이 이곳을 모르고 무관심하면 도대체 어느나라 어느민족이 이 영령들을 달래주며 돌본단 말인가. 전쟁중에만 3만6,500여명이나 되는 미군 전사자가 발생했는데 넓은 미국땅에 ‘KOREAN SQUARE’같은 슬픔이 어찌 이곳 뿐이랴.

이제라도 한국정부 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이러한 동네와 유대를 갖고 서로 교류함으로서 한미동맹의 필요성과 감사함도 알리며 민간교류도 나누고 어느날 요란한 한국의 풍물패가 이곳 골목을 누빔으로 이곳 주민들과 함께 어깨를 들석이는 그런 때도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형/뉴욕평통부회장·장교연합회공동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