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히스기야의 실수’

2024-05-28 (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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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기야가 인근 국가를 제압하고 승리하자 바벨론에서 제일 먼저 사절단을 보내왔다. 히스기야는 자신의 위대함을 열방 앞에 자랑하고 싶었다. 히스기야는 사절단을 이끌고 보물고와 성전으로 들어갔다.
보물과 성물을 다 보여주었다. 히스기야의 허세와 자랑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100년 후 시드기야가 왕이 되었다. 시대가 바뀌어 이젠 바벨론이 강대국으로 굴기했다.
복수심이 불타는 바벨론 통치자 느부갓네살이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느브갓네살은 히스기야가 100년 전에 보여주었던 보물과 성전의 성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약탈해 갔다.“
(송병현의 ‘이샤야 강해’ 중에서)

유다의 13대 왕 히스기야의 치적(治積)은 선했다. 히스기야는 아버지 아하스의 우상숭배 정책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신본주의 국정을 회복한 의로운 왕이다.
당시 최강대국인 앗수르의 산헤립이 군사 185,000명을 이끌고 내려와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 선지자 이사야의 영적 지도를 받으며 기도 하나만 가지고 승리한 신심이 돈독한 왕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승리가 있은 후 히스기야는 자만하여 나라를 위기 가운데로 몰아넣었다.
바벨론이 축하 사절단을 보내왔을 때사절단에게 궁중에 있는 금은보화는 물론 성전에 있는 모든 기물까지 다 보여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일이 있은 후 100년 지나 시드기야가 왕이 되었을 때다. 중동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노도와 같이 쳐들어 와 예루살렘을 유린했다.
그 때 기가 막힌 일어났다. 히스기야가 100년 전에 보여 주었던 궁전의 보물과 성전의 기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느부갓네살 군사가 다 약탈했다. 히스기야의 허세와 교만이 후손들에게 큰 비극을 안겨 준 치욕의 사건이다.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속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유대인이 자주 쓰는 금언 중에 “은은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무겁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내면의 은밀성을 지키는 사람이요 외유내강의 사람임을 말하고 있다.

예수의 산상보훈을 보라. 선행의 공로를 겸손히 속으로 감추는 ‘은밀성’에 대해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 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

당신은 리더인가. 조용히 내공을 쌓고 은밀한 실력으로 자신을 무장하라. 위대한 뜻을 품을수록, 일하는 의도가 선할수록, 땅속깊이 뿌리내린 포도나무처럼 표 나지 않도록 하라. 깊이 갈고 닦은 인격과 영성을 내면 안에 감춰라,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려는 계산된 선이나 포플리즘을 경계하라.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은 말했다. “늘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는 내면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성소(聖所)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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