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와 갈등 탓?… “스페이스X, ‘골든돔’ 역할 불확실해져”

2025-06-12 (목) 08: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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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X 역할 축소…위성 대신 지상 기반 MD 시스템 확장 집중할 듯”

▶ “프로젝트 ‘구조 변경’에 임기내 일부 실현 가능성…머스크 ‘화해 제스처’ 효과 미지수”

트럼프와 갈등 탓?… “스페이스X, ‘골든돔’ 역할 불확실해져”

골든돔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일론 머스크의 로켓·위성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MD)인 '골든돔'(Golden Dome) 프로젝트에서의 역할이 불확실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프로젝트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골든돔의 '새로운 구상'(new framework)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는 스페이스X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억만장자 기업가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극적인 갈등 이후 벌어진 일"이라고 짚었다.


양측은 이달 초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트럼프 탄핵' 동조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연방 정부 계약 파기를 시사하자, 머스크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실어 나르고 지구로 복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우주선 '드래건'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가 철회한 바 있다.

스페이스X는 당초 골든돔 프로젝트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돼 있었다. 인공위성 우주 센서로 적의 미사일을 발사 전, 최초 비행, 비행 중, 하강 등 4단계에 걸쳐 탐지하고 우주 공간의 요격기로 상승 단계의 미사일을 타격하는 데 스페이스X의 위성 기술,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그리고 안두릴의 군용 드론 기술을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400개~1천개의 스페이스X 위성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대신, 기존의 지상 기반 MD 시스템을 확장·활용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로 내놓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입찰 및 계약에 대해 철저한 검토 절차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골든돔 관련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골든돔 프로젝트에서 스페이스X의 역할이 실제로 축소될 경우 이는 머스크가 트럼프와 결별한 이후 그의 기업이 미국 정부와 맺어온 막대한 사업 관계에서 처음 겪게 되는 '좌절'을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방 전략에서 핵심이라고 강조해 온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계획 변경이 이뤄진다는 점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얼마나 개인적 성향(머스크와의 갈등)에 좌우되는지를 보여준다"는 항공우주·방위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다만, 이같은 계획 변경은 골든돔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일부 실현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치적 이점이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골든돔이 자신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29년 1월까지 운영 가능할 것으로 밝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인 측면(총사업비 약 1천750억달러, 한화 약 2천400조원)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갈등 때문에 국방부는 (스페이스X가 아닌) 다른 대안들을 검토할 여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 등 정부 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충돌을 계기로 로켓 랩, 스토크 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등 민간 우주 기업들을 접촉해 이들의 로켓과 우주선이 어느 단계까지 개발·제작됐는지, 정부 임무 투입은 언제 가능할지 등을 문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7일 보도했다.

한편, 최근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보이는 '화해 제스처'가 골든돔 프로젝트에서 스페이스X의 역할을 유지하거나 정부의 다른 사업 계획을 수주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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