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벗들과 북부 유럽여행을 떠났다. 9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덴마크 코펜하겐을 시작으로 우리들의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큰 기대와 흥분은 즐겁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전철과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동경이 컸고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유명 베이커리에서 커피와 그 나라 고유의 빵을 사 먹으며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인구는 6백만 정도의 작은 나라지만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는 이유인지 높은 복지 수준과 삶의 질로 행복지수 조사에서 항상 높은 덴마크였다. 그 후 우리 일행은 독일을 거치고 폴란드에 갔는데 삼일이 지나서야 신용카드가 없어진 걸 알았다.
외국에서의 카드 분실은 크게 당황했고 불안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유추해 보니 독일에서 신용카드를 쓰려고 했었는데 그때 아마 흘리지 않았나 싶었다.
비로소 거기서 잃어버린 걸 알게 되었고 신용카드 회사에 연락하니 아무도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아냈다.
신용 카드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악용했을 것 같은 두려움이 컸고 걱정된 나로서는 안도의 숨을 쉬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기보다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의 것에 손대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존재하니 말이다. 타인의 소유에 대한 높은 존중을 보이니 남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을 교육받아 도덕적 기본 인성이 당연한 일로 자리 잡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것이 아닌 건 남의 사적인 소유물로 인식하는 문화적 기초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신용이란 상대방이 없는 자리에서도 지켜지는 약속이기에 더욱 그들의 몸에 밴 습성이나 국민성이 크게 보인다. 돈보다 오래가고 말보다 무겁고 관계보다 깊기에 신용을 지킨다는 건 결국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신뢰란 한 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깎아 쌓아 올리는 층 같은 것이니 한순간 무너지는 건 믿음을 깼을 때 오는 허전함만 남는다.
정직했던 말들을 나눴을 때 상대방의 이야기에 끝까지 책임졌던 행동들이 세상이 나를 어떻게 대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니 말이다.
요즘처럼 사기 치는 사람(Scammer)이 난무하고 문자에서도 e z pass나 교통국에서 온 가짜 페널티(penalty)들을 보면 가짜인지 모르고 놀라서 속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은 더욱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고 깨어있어야 함을 느낀다.
이태리나 파리 심지어 런던에서도 소매치기가 많다고 조심하라는 글귀가 많이 붙어 있었는데 이번 여행 간 8개 나라는 그런 글이 붙어있지도 않았고 가방이 위험하게 노출되지도 않았다.
이 주간의 긴 여행으로 긴장하고 지쳤을 만 도한데 구경 잘하고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마 소매치기에서 자유스러웠던 게 이유가 아니었을까?
뉴욕으로 오자마자 신용카드를 새로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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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