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생각하는 사람

2024-05-14 (화) 07:38:33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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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철학자인 베네딕트 스피노자에게 임금이 요청하였다. “당신의 저서 한 권에 ‘이 책을 루이14세에 바친다’고 적어 줄수는 없겠느냐?” 스피노자가 곧 대답을 보냈다. “황제 폐하, 대단히 죄송하오나 저의 저서는 오랜 깊은 생각의 산물입니다. 저의 노력과 땀은 모든 독자를 위한 것이지 황제를 기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스피노자는 죽음을 각오하고 생각하는 사람의 고민과 노력을 팔아넘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나 신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레코드 지(The Record)의 보도이다.
신학생의 평균 연령이 36세라고 하니 늙은 학생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전문가들은 목사나 신부나 모두 평생을 바쳐 신앙 지도를 하는 사람들인데 적어도 30세는 넘어 인생문제를 깊이 생각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의 고회 혹은 깊은 근심이나 걱정을 듣고 상담하는 일인데 그런 일을 하려면 상담자 자신이 인생의 많은 문제들을 겪은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생각하는 사람, 고민하여 본 사람만이 그들과 무거운 짐을 나눌수 있기 때문이다.


듈러는 친구와 함께 그림 공부를 위하여 파리로 간다. 그러나 둘이 함께 공부하려면 학비, 식비 등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그의 친구가 듈러에게 제안하였다. “자네가 먼저 공부하게, 자네가 2년 공부에 전념하는 동안 나는 일을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겠네” 그렇게 2년이 지난 어느날 듈러는 우연히 자기의 친구가 어두운 방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의 손은 오랜 노동으로 몹시 거칠어져 있어 감격에 차서 그 손을 그린 것이 세계명화 ‘기도하는 손’이다.

화가 듈러의 깊은 생각이 스며있는 명화이다. 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모든 예술이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재작된 땀과 눈물의 산물이다. 그러니 예술 감상은 쉽지않다. 함께 고민하며 감상해야 하는 것이 예술이다.

예수의 탄생에 대하여 성경은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다. 이스라엘 한 시골에 마리아라는 처녀가 살았다. 목수인 요셉과 약혼 중에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천사의 음성을 듣는다. “네가 거룩한 자를 잉태하였느니라,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마리아는 아마 기절할 정도로 놀랐을 것이다. 아직 남자와의 성 관계가 없는 자기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기기 때문이다.

성경은 이 일을 ‘마리아가 마음에 지키어 생각하였다’(누가복음 2:19)고 기록 하였는데‘지킨다’는 말의 그리스어는 ‘숨발로’로서 직역하면‘대결한다’ 이다. 즉 비상한 각오로 이 일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고 번역할 수 있다.

예수는 많은 교훈을 직접적인 화법을 쓰지않고 비유로 설명하였다. 그는 스토리 텔러(story teller)였다. 이야기란 듣는 사람에게 생각을 일으킨다.
이야기를 듣고 그 뜻은 듣는 이에게 맡기는 것이 이야기 화법이다. 강요하거나 명령하지 않고 생각하게 하는 화법이다.

가령 유명한 탕자의 비유는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무단가출했다가 빈털털이가 되어 돌아온 못된 녀석을 아버지가 송아지를 잡아 환영하였다는 이야기인데 이야기 속에 하나님의 사랑, 인내, 자비, 용서, 관대함 등 많은 교훈이 들어있어 읽는 이의 수준에 따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다.

예수는 언제나 듣는 이들 자신의 생각을 촉구한 것이다.
영상시대, 스피드시대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 속성 인간, 빨리빨리 제품을 생산하기 쉽다. 그것은 실패한 교육이다.

그래서 현대교육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고 실험하고 경험하는 교육방법으로 옮겨지고 있다. 소위 생활교육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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