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저지의 지진으로 뉴욕 뉴저지 한인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각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열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사전투표율 31.28%로, 4년 전인 제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인 26.69%는 물론, 역대 총선 사전투표율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이유는 그의 가족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아내는 여러 가지 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중인 상태이다.
조국혁신당은 전직 법조인들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타도를 외치면서 비례대표 후보자로 조국 본인을 2번에, 박은정 전 검사를 여성 몫으로 1번에 배치했다.
옥중에서 정당을 만든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나무당도 여당 심판을 외치면서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노영희 변호사를, 2번은 변희재 논객을 선정했다. 한때 내분에 빠진 민주당이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지지율중 대부분은 ‘조국혁신당’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태어난 지 몇 달 안 되는 이 정당의 놀라운 점은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현실화된다면 이번 4·10 총선에서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나라는 이렇게 혼란한데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 면면을 보면 참 한심해 보인다. 제22대 총선 후보자 3명 중 1명은 전과를 보유한 상황. 반대로 1인당 재산 평균은 24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어느 한 무소속 후보는 업무상 횡령으로 징역까지 살다 나왔다. 그는 그 밖에도 음주운전같은 미국같으면 큰 죄를 범했지만 한국에서는 단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감형되었다. 이런 식으로 4회의 벌금형 등 11개의 전과 기록을 선관위에 제출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공무상표시무효,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온갖 종류의 위법과 범법을 일상적으로 저지른 사람들이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전과 보유 후보가 가장 많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당이라고 도덕적으로 훨씬 깨끗할까. 총선 후보자 686명 중 전과 기록을 제출한 자는 239명으로, 3분의 1이 전과자로 집계됐다. 정당별 전과자 수는 더불어민주당이 93명, 국민의힘은 55명이라고 한다.
미국도 완벽하지는 않기에 학력과 경력 등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직을 내려놓은 공화당의 조지 산토스 하원의원이 생각난다. 그는 총 13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은 정치인이 조금이라도 법정신과 질서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나면 그대로 물러나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뻔뻔함과 부도덕, 파렴치가 일상인 한국에서는 정치인들에게 뻔뻔스러움이 일종의 덕목? 정치력인 것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문구가 지금 한국을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한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정치권의 타락은 말 그대로 악화일로다.
총선으로 신문지면이 어지러운 이때 불현듯 송강 정철이 1580년 강원도관찰사가 되어 강원도 지역을 순방할 때 지었다는 ‘관동별곡’이 생각난다. 그가 45세 되는 해에 강원도관찰사로 관동팔경을 두루 유람하면서 쓴 이 글에는 선정을 베풀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목민관으로서의 자세, 백성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무릇 금배지를 달아 국민을 대표하려는 사람이라면 정철과 같은 올곧고 바른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오백년전의 정철이 지금 만약 살아 있다면 무어라고 연설을 했을까.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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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