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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독립성을 가진 아이로 키우자 - 2022년 칼데콧 우수상 수상작 ‘간다아아!’ 를 읽고

2024-03-18 (월) 송온경/도서 미디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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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칼데콧 우수상을 받은 간다아아!(Mel Fell) 는 킹피셔(King Fisher) 종의 아기새, 멜 (멜로디의 애칭)이 주인공이다. 엄마새는 멜과 멜의 형제들이 둥지 속에서 어느 정도 자랄 동안 밖에서 먹이를 물어다 먹이며 아이들끼리 잘 있는 지 망을 본다.

어느날 엄마새가 외출 한 사이에 멜은 비행연습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걱정하는 동생들에게 멜은 무섭다고 내 결심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첫 비행연습에 나선다.

멜은 팔짝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한 뒤 날개를 활짝 펴고 밑으로 떨어진다. 계속 하강하는 멜을 아기 부엉이를 품에 안은 부엉이 엄마가 안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다람쥐들도 멜을 붙잡아주려 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만다.


꿀벌과 거미도 멜을 도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달팽이도 개미들도 무당벌레도 멜을 도와주려 했지만 그저 마음뿐이었다.
이웃들이 숨죽이고 걱정스럽게 쳐다볼 때 거의 하강을 마친 멜은 눈을 크게 뜨고 생전 처음 보는 파란 수면에 풍덩 소리를 내며 뛰어들었다. 멜은 통통한 작은 물고기를 길고 뾰족한 부리로 덥석 물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멜은 물고기를 입에 문 채 물장구를 치며 꼬리 날개를 펴고 수면 밖으로 솟구쳐 날아오른다.
놀란 표정의 이웃들을 지나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라 나무 둥지 집에 도착한 멜이 숨찬 목소리로 외친다. “엄마! 엄마! 나 날았어요. 나 오늘 날았어요!’ 그러자 엄마새가 ‘‘난 네가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하고 멜을 껴안는다. 멜은 엄마새의 인정을 받자 기쁘게 웃는다.

코리 타보르의 이 칼데콧 수상작은 멜이라는 아기새의 도전정신과 성취를 통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독립심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도록 코칭하는 미국 부모들의 가정 교육을 연상시킨다.

미국의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집안에서 간단한 소일거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5-6세의 아이들은 식탁에 냅킨과 나이프, 포크 등을 식구 수대로 세팅하거나 자기가 먹은 그릇을 싱크에 갖다놓는 일을 한다. 또한 부모들은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들이 분리불안 (separation anxiety)을 느끼지 않고 개학 첫날 교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평소에 독립심을 갖는 훈련을 시킨다.

엄마새의 도움 없이 다이빙하고 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아 입에 물고 날아오르는 멜의 모습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일생동안 먹고 살 수 있다.”라는 유태인의 격언을 연상시킨다.
멜이 물고기를 입에 물고 수면 위로 솟구치는 기세에 무당벌레가 혼비백산하며 앉아있던 곳에서 떨어지는 장면에서 아기새의 힘찬 동력을 느낀다.

멜이 다이빙할 때 도와주려던 이웃들이 멜의 무사 귀환에 박수를 치며 멜을 응원하는 모습에서 이웃 사촌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엄마, 나 해냈어요 라고 날개짓을 하며 기뻐하는 멜의 모습에서, 이제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집을 떠날 준비가 된 딸을 대견해 하는 엄마새와 멜의 포옹에서, 기뻐서 날개를 펄럭이는 동생들의 모습에서 끈끈한 가족간의 유대와 사랑을 느낀다.

이 책의 작가는 요즘같은 전무후무한 시대에 자녀들이 공부에 전념하도록 뒷바라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안전하고 포용적인 가정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존감과 독립심을 가지고 자라도록 배려하고, 이웃의 아이들도 따뜻하게 보살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자는 메세지를 우리 독자들에게 주는 것 같다.

<송온경/도서 미디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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