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 김치와 미국생활

2024-01-25 (목) 토마스 육/뉴저지 팰팍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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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뉴저지 주의회에서 ‘김치의 날 설날’ 을 기념일로 제정했다는 소식에 가슴 속이 확 트이는 심정이다. 김치는 우리 조상 대대로 먹고 살아온 한민족의 대표음식이다. 예나지금이나 우리 한인들의 식탁에는 밥이 있으면 항상 맛있게 먹는 김치가 있다.

오래 전, 미국에 처음 와서 김치로 인한 불편한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뉴저지에서 맨하탄으로 출퇴근 할 때의 경험이다. 언제인가 아침, 버스에 올라 여자 승객 옆에 앉았는데 미국인 여자 승객이 바로 다른 자리로 옮겨 가는 것을 보았다. 왜 그러는지를 모르고 약간은 기분이 찝찝했다.

사무실에서 “너 아침에 김치 많이 먹었지?”라는 부사장 그레고리 스왓츠만씨의 말에 그제야 아 김치냄새 였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식사 때마다 먹는 김치로 내 몸속에 배인 김치 냄새, 아마도 내 옷을 벗어 비틀어 짰으면 김치 냄새가 주루룩 흘렀을 것이다.


김치 냄새를 버터 냄새로 바꿀 수도 없고 좋아하는 김치는 저녁식사 때만 그리고 아침식사는 밥 같지도 않은 버터 바른 까칠한 빵을 먹고 회사에 다녔던 옛 추억이 생각난다.

주말은 마음 놓고 김치와 김치찌게를 즐겨 먹었던 그 때의 김치 맛이 새롭다. 김치의 날(11월22일)이 연방하원 지지로 연방기념일이 되었고 뉴저지주에서도 기념일이 되었으니 이제는 주위 눈치 보지않고 마음 놓고 맛있는 김치를 먹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기쁘다.

오래전 프랑스의 작은 도시로 출장 가서 호텔에서 묵을 때이다. 현지인들의 저녁 식탁에는 항상 풍성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말이 끊어지지 않는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나에게 프랑스어로 된 메뉴판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주문하기는 거의 불가능 했었다.

옆의 식탁을 보며 웨이터에게 같은 음식으로 주문을 하든지 아니면 메뉴판에서 찍기로 메뉴를 주문 했었다. 찍기로 주문한 음식에 와인을 먹으면서 일주일쯤 지나니 목에 무엇이 걸린듯 목이 컬컬해지고 흰쌀밥에 김치 생각이 간절했다.

한번은 요리사에게 김치 주문을 했으나 그는 내가 샐러드를 주문하는 것으로 알았는지 희한한 야채 샐러드를 받아 보고 이걸 먹어야 하나 하며 어거지로 먹었던 씁쓸한 기억이 새롭다.

출장에서 돌아오면 마음껏 먹었던 담백한 김치의 그 맛, 아, 이 맛이야 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며 맛있게 먹었던 그때의 김치맛 생각에 입속이 즐거워 진다. 컬컬한 목을 깨운하게 씻어 주던 두부와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게 한그릇이면 출장에서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없어지곤 했었다.

언제부터인가 출장 가방속에는 항상 라면 몇개와 병에 담은 김치를 넣고 다녔다. 우리에게는 맛있고 영양 듬뿍한 우리의 대표음식 김치를 담그는 고유의 전통적인 김장 문화가 있다. 추운 11월 초 집집마다 춥고 긴 겨울 동안 먹을 김장을 이웃과 품앗이 또는 친척들이 모여서 정담을 나누며 절인 배추 포기 사이마다 영양 듬뿍한 김치소를 넣어 배추김치를 담그고 나누어 먹었다.

우리 민족 특유의 김장문화, 이제는 김치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며 김장문화가 점점 쇠퇴하고 있어서 아쉽다. 중국에서 짝퉁 김치를 아무리 만들어 봐도 우리 한민족의 손맛에서 나오는 우리 전통의 김치맛까지 누가 만들수 있을까!.

영 김, 앤디 김, 미셀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 김민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 그리고 엘렌 박 뉴저지 의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해피 김치데이!”

<토마스 육/뉴저지 팰팍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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