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교황이 동성결혼을 축복해주었다!

2023-12-21 (목)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크게 작게
교황이 동성결혼을 축복해주는 것(2023/12/18)을 CNN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한국일보에서도 읽었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양이 뜨면 항상 떠 있는 게 아니다. 어느 땐가는 진다. 지면 항상 져있는 게 아니다.

어느 땐가는 다시 뜬다. 세상은 돌고 돈다. 로마제국 초기에, 기독교인들은 심한 탄압을 받았었다. 특히 로마의 네로 황제는. 기독교인들을 잡아다가, 굶주린 사자들에게 산채로 밥으로 주었다. 그것도 부족해서, 기둥에다 묶어놓고, 장작불로 태워서 죽였다. 죽어갈 때 얼마나 뜨거웠겠는가!

그러다가 콘스탄틴 황제는 313년도에 기독교를 공인했다. 그 후 기독교의 세력은 막강해졌다. 중세기 때는, 기독교 안 믿는다고, 마녀라고, 동성애자라고 해서, 다들 잡아다가, 죽였다. 심지어 장작불로 태워서 죽이기도 했었다.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1517년 종교개혁이 생겼다. “네가 옳네, 내가 옳네” 하고 개신교하고 가톨릭은 서로 싸워 많이 죽였다. 이제와서는 형제종교라고 해서, 싸움을 그쳤다. 근래에 와서는 종교 때문에 서로 죽이지는 않는다. 화형은 완전히 없어졌다.

기독교에서는, 최초에 야훼 하느님이 우주를 만듦과 동시에 남자 아담을 만들었다. 아담에게 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아담의 갈비뼈를 하나 끄집어냈다. 아담의 짝 이브를 만들었다. ‘아이 많이 낳고 잘 살라’고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에게 축복을 내려주었다.

어떻게 된 속인지는 몰라도,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여자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생겨났다. 기독교에서는 이게 하느님의 말씀에 어긋난 행위라고 동성(同性)사랑을 부정했다. 중세기 때는 잡아다가 죽였다. 동성애자들은 숨어서 살아야만 했었다.
동성애자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 어느 누가 이성(異性)사회에서 일부러 동성애자가 되고자 하겠는가? 아마 유전인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 동성애자는 타고난 것이지, 일부러 동성애자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다.

결코 하느님에게 반항하기 위해서 일부러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하느님의 원래의 설계에 어긋난 짓이라고 해서 기독교에서는 동성애자를 증오해오고 있었다.
하느님은 결코 동성애자들을 만들지 않았다고 우겨댄다. 그러면 누가 만들었겠는가? 악마가 만들었다고? 악마는 우주 창조자가 아니다. 악마도 야훼하느님이 만든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동성애자도 하느님의 창조물인 것이다.

시대는 항상 변해가기 마련이다. 1973년도에,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 동성애자들은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서서히 동성애자들이 자기 정체를 들추어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이상 동성애자임을 감추지 않는다.

매사추세츠 주에서 처음으로 2003년에 동성결혼을 승인했다. 그 후 많은 주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었다. 미국연방 대법원에서는 2015년에 동성결혼은 헌법에서 보장받는 권리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교황 자신이 동성결혼을 축복해주었으니! 교황에게 찬탄을 보낸다. 앞으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종교계에서도 서서히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