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카지노에서 망한 사람과 안망한 사람

2023-12-06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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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2023/12/4)에 ‘자격박탈 퀸즈 한인변호사 부동산 매매 계약금 가로채 유죄 인정··· 최대 20년형’ 이란 기사에, 검찰은 “범인이 이 돈을 카지노 도박 등 개인적 목적으로 착복했다”고 했다. 카지노에서의 노름 때문에 자기 사업과 집안을 망친 사람들이 꽤나 되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이 기사를 읽어보고서, 차복남 선생이 생각난다.

차복남 선생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차선생은 삶은 수학이고 갬블(gamble, 노름)이라고 했다. 이것 할까 저것 할까 하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게 갬블이라고 했다.
차선생은 회사에서 일할까 혹은 상점을 열까 하고 고민하다가, 상점을 선택했다. 상점을 열었으면, 둘 중에 하나, 성공하느냐 혹은 망하느냐이다.

차선생은, 상점에서 돈 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가 시작한 사업을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게 할 수 있느냐에 몰두했다. 사업을 망하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일을 한 결과, 하나의 상점이 둘이 되었다. 두 개의 상점이 세 개, 네 개로 불어났다. 나중에는 상가빌딩도 서너 개 샀다.


차선생은 수학을 전공했기에 갬블에 흥미가 있었다. 카지노는 모든 장비가 수학적으로 설계되었고, 또한 수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선생은 자기 수학실력으로, 카지노의 돈을 다 따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노름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고 또 졌다. 이때 차선생은 카지노의 수학지식하고 자기의 두뇌를 비교해보았다. 카지노의 수학실력이 자기 것보다 훨씬 더 월등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카지노에서 결코 돈을 딸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정했다.

차선생은 노름을 무척 좋아했다. 노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생이었다. 노름 목적을 바꾸었다. 돈을 따기 위한 노름은 이제 완전히 포기했다. 그 대신, 노름자체를 좋아하니까, 노름을 즐기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고 본전 노름을 할 수 있을까에 몰두했다.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알아냈다. 차선생은, 돈을 따려고 하면, 돈을 따려고 한만큼 그만큼 많이 돈을 잃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돈을 따려고 하지 않으면, 돈을 따려고 하지 않으니까, 돈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돈을 따지 않고, 잃지 않는 방법은, 카지노에서, 돈을 항상 제일 적게 베팅하는 것이다. 결코 베팅 돈을 올리지 않는다.

노름을 하다 보면 이기고 진다. 질 때는 본전이 될 때까지 노름을 계속한다. 그러다가 50달러 내지 100달러 따면, 노름을 중단한다. 결코 100달러 이상을 따려고 하지 않는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잃지 않았기에, 기분 좋아하면서 집으로 가버린다.

사업을 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에 망하지 않기 위해서 하다 보니 부자가 되었다. 카지노에서 돈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잃지 않기 위해서 노름하다 보니, 50~60년 동안 10만 달러 이상의 돈을 번 사람이었다. 차선생은, 카지노에서 돈 딸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고 말했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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