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가 칼럼] “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2023-11-30 (목) 최형무 전 저널리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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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인기 기업드라마 ‘대행사’에서 한 의뢰회사를 위해 제작한 영상 광고의 주된 메세지이다. 기업관련 범죄 혐의로 검찰에 체포 구금되어 있는 의뢰회사 오너의 보석을 허가받기 위해 국민들의 여론을 바꾸기 위한 홍보 캠페인이다.

이 광고에 한 죄없는 수형자의 인터뷰가 방영된다. 살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2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한 후 그가 범인이 아닌 무고한 사람인 것인 것이 밝혀져 감옥에서 풀려난 것이다. 죄없이 삶의 23년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의 억울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같은 일이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놀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현실은 상당히 많은 수의 수형자들이 역사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사형 인포메이션 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1973년 이후 미국에서 적어도 195명이 무고하게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무고함이 밝혀졌다. 연방대법원은 1972년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여 여러 주에서 사형이 시행되었다.
무고한 수형자들이 도움을 받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1990년대 이후 발전된 유전자 (DNA) 감식 과학의 발전이다.
피해자와 관련된 유전자 감식 결과 도저히 범인일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범인으로 오인되었다는 사실들이 들어 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경우 추가적 물적 증거 없이도 증인의 범인 인식만으로 배심의 유죄 평결이 가능하다. 수사관의 범죄 제보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위로 증언하여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많든 경우들이 있었고, 강요에 의한 허위 자백 케이스들도 있었다.
수사관이 피의자의 혐의를 벗길 수 있는 증거를 숨긴 경우, 또는 더 유력한 용의자가 있는데 수사하지 않은 경우들이 상당히 있었다.

이같은 것들은 공무원의 공적인 비행에 해당된다. 과거 과학수사의 기본으로 여겨졌던 지문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DNA 발전에 따라 밝혀졌다.
과거 범인 오인의 문젯점이 상당히 만연했다는 것이 법조계에 알려지게 됨에 따라 근년에 여러 지역 검찰청에서 억울하게 유죄 판결된 수형자들의 사건을 재조사하는 기구를 설치하여 억울한 수인들을 구제하려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검찰은 이미 유죄가 결정된 케이스들을 다시 오픈하지 않는다. 최근 여러 지역 검찰에서 ‘유죄 검토’를 전담하는 기구들을 검찰청 내에 설치하고 있는 것은 억울한 케이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반응하려는 것이다.

억울한 수형자들을 돕고 있는 비영리 기관 “무죄 프로젝트 (Innocent Project)”는 1993년 이후 재소자들로터 자신들의 억울함을 밝혀 달라는 6만5,000여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담당할 수 있는 케이스들을 골라 DNA 조사와 소송 등을 통해 노력하여, 245명을 감옥에서 풀려나게 하였는데, 이 중 9명은 사형수들이었다고 보고한다.

이들은 다행히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억울한 사실이 밝혀져 풀려났는데, 만약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은 여러 이유 중의 하나로, 무고함이 밝혀져도 돌이킬 수 없음을 말한다.

1976년 이후 미국에서 사형이 집행된 1,581명 중 억울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20명이 억울하게 사형 집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형 인포메이션 센터는 보고한다. 이 중 한 사람이 텍사스에서 1983년 유죄 판결후 1989년 사형 집행된 고 칼로스 딜루나 씨이다.

딜루나 씨 사건은 시카고 트리뷴지에서 2006년 탐사 보도를 통해 그가 억울하게 사형됐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고, ABC 방송도 이를 보도했다 그 후 컬럼비아대 법대 조사팀이 검찰의 그에 대한 케이스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혀냈다.

<최형무 전 저널리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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