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신아편전쟁

2023-11-2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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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보지도 못한 마약문제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마약중에서도 펜타닐이라는 마약 때문에 세계가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중에 미국은 펜타닐 때문에 국가가 무너질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강력한 진통제인 펜타닐(fentanyl)은 효과가 빠른 통증 완화용 물질로 효능이 몰핀보다 최대 100배, 헤로인보다 수십 배 더 강력하다고 한다. 좀비마약이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합법적으로 이용되는 물질이다.

펜타닐은 진통 효과가 강력하여 마취제로도 사용하며, 투여 후 한 두시간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본 의도와는 달리 남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불법 펜타닐 복용은 18∼49세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 1위가 되면서, 매년 최소 10만 명의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한 번 중독된 펜타닐을 갑자기 끊으면 통증이 너무 거세고 온몸이 발작증세가 나타날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독성인 펜타닐이 미국과 멕시코 등 곳곳에서 소리 없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켄싱턴지역을 검색하면 얼마나 폐해가 심각한지 쉽게 볼 수 있다. 미국내 모든 대도시는 이미 다 물들었다고 봐야 할 정도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텐더로인 지역에 가면 영화속의 좀비 설정같은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오죽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거행된 APEC 각국 정상들의 모임을 위해 그 동네 마약에 찌든 홈레스들을 타지역으로 옮겨놓았을까.

여하튼 펜타닐은 합법적으로 처방을 받아야만 받을 수 있는 진통제다. 그 효과가 좋다보니 암환자같이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 만성통증 환자에게 필요한 약품이 기분 좋게 하는 물질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쥐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에서 멕시코 경제를 쥐고 흔드는 마약 범죄 카르텔에게 원료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미국과 중국간의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사태가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 펜타닐로 인한 문제가 워낙 커지다 보니 시진핑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이 한 마디 할 수밖에 없는 외교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마약카르텔에 펜타닐을 공급한다는 건 중국정부가 눈을 감아주지 않고는 누가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 신아편전쟁이나 다름없다. 2021년에는 18~45세 미국인 약7만9000명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는 통계가 있다.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해야 할 청년들이 이렇게 되다보니 미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펜타닐 원료 공급국인 중국을 제재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간에 무역전쟁 분위기가 지속되는 동안은 해결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미국이 마약 제조와 유통을 차단하려면 중국에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대중무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얼마전 멕시코 대통령이 한국에서 멕시코로 들어온 화물에서 상당량의 펜타닐을 적발해 압수했다고 공개했다. 만에 하나 미국이 중국을 제재한다고 해도, 중국이 한국을 경로로 이용하면 속수무책이 되지 않을까.

실제 요즘 뉴스에서 보면 한국 항만을 거쳐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펜타닐 유통구조가 현실임이 드러났다. 펜타닐 원료 최대 수출국인 중국, 자국서 마약유통 때는 사형도 마다하지 않는다는데, 미국은 과연 악화일로의 신아편전쟁에 어떻게 대응할까.

한인들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코로나와 교통사고, 자살을 뒤로 하고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펜타닐 오남용 문제가 미국사회 문제가 되었는데 한인커뮤니티는?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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