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적이 있어야

2023-11-28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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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북부에서 대구를 기차로 타 주로 수송할 때 긴 여행에 시달려 대구의 신선한 맛이 안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대구의 물탱크 속에 메기를 몇 마리 넣은 것이다. 메기는 대구의 천적이다. 메기가 쫓으니까 대구는 도망다니기 바빠 부지런히 활동함으로 신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적은 필요하였던 것이다.

로렌 미드 박사는 그의 저서 ‘옛교회와 미래의 교회’에서 서구 사회의 기독교가 퇴조한 원인은 기독교에게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초대교회의 부흥은 안팎에 강력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스탄틴 대제가 식민지 주민들을 강제로 기독교화 하고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면서부터 교회는 적을 잃고 퇴조하기 시작하였다.

모태신앙이라는 것 즉 어머니로부터 신앙을 자동적으로 이어받는 믿음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세상과 싸우고 세파에 시달린 사람의 신앙이 훨씬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기독교는 엄청난 핍박의 역사를 밟고 오면서 신앙의 불이 꺼질 틈이 없었다.


일본제국주의 기독교 박해, 공산주의의 기독교 탄압으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북을 탈출하여 남쪽으로 옮겨왔다. 열렬한 피난민 신앙으로 남한에 기독교 전도의 불이 붙은 것이다.

바이올린의 음색을 나무의 질에 따라 많이 다르다고 한다. 좋은 바이올린은 고산지대의 나무를 사용한다. 일년내내 바람에 시달린 나무이다. 사람도 단련을 받아야 강해지는 것처럼 나무도 모진 바람에 시달린 목재가 좋은 음을 낸다. 고통과 시험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강하게 만들고 좋은 음을 낸다.

미국의 경우 해발 1만 2,000피트나 되는 로키산맥에서 가장 좋은 바이올린 목재가 나온다. 사람도 오랜 인내와 단련을 거쳐서 크게 자라게 된다.

나는 평생에 다섯 교회나 개척하였기 때문에 교회 개척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안다. 나와 함께 동참한 교인들도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그런 고생을 거친 교인들이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신앙을 갖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고생이 낙원에 이르는 필수적인 관문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뜻이다. 많은 시험과 어려움을 통과하는 난코스가 신앙의 길이다.

내가 신학교에 들어간 것은 부산 피난 시절이었는데 낡은 천막을 미군 부대에서 얻어다가 치고 예배를 보았다. 바닥은 가마니들을 깔고 앉았다. 그러나 비가 오면 여러 군데가 새어 비를 피하면서 예배를 보아야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모습을 지나가던 미군 소령이 보고 미국 부대에서 새 천막과 바닥까지 마루를 깔아주어 모두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일을 기억한다. 신념을 가지고 전진하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차대전때 포로수용소에서 생긴 병이 있었다. 가시철망병이다. 오랫동안 가시철망 속에서 살다보면 우울해지고 사람을 싫어하고 외톨이가 되는 병이다.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기왕 움직이려면 전진하는 것이 좋다.

일본인들은 전쟁 중 “걸어라 걸어라 쉬지말고 걸어라”는 노래를 보급하였다. 걷기 운동이 아니라 어떤 난관도 돌파하고 전진해야 한다는 다분히 호전적인 국민운동이었다. 아기가 걸어다닐 때 이미 성격이 드러난다고 한다. 아기 앞에 장애물을 놓으면 어떤 아이는 돌아서 가고 어떤 아이는 장애물을 밀어젖히고 전진한다. 또 어떤 아이는 전진을 포기하고 돌아가버린다.

장애물을 밀고 나가는 아이가 가장 적극적이며 활달한 성격이다. 전진의 기백이 필요하다. 돌파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돌아갈 생각, 물러설 생각을 키워서는 안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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