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끼니를 굶는 사람들

2023-11-22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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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9가구중 1가구가 끼니 걱정을 한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 2년간의 식량 불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주의 87만 가구가 식료품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고 뉴욕주 전체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식량 불안정 비율은 11.3%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저지의 경우도 전체 가구의 8.8%가 매일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식료품 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식량 부족 현상은 뉴욕 및 뉴저지 뿐 아니라 미 전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어지럽다 보니 실제로 모두들 살기가 버겁고 힘이 든다고 걱정이다. 3년간의 길고 지루한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겨우 벗어나는 가 싶었는데, 아직도 지구촌 상황이 조금도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1년이상 이어진 전쟁으로 세계 경제 및 세계 교역은 둔화됐고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각국의 물가가 상승하는 등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전쟁 1주년으로 인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실질 GDP가 당초 예상을 하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제성장 하락폭은 0.9%p 하락한 신흥국 대비 선진국이 1.2%p의 하락폭을 기록하며 더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요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의 전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그 타격은 더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출렁일 경우 물가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은 어렵게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서는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신들은 당장은 그렇다고 해도 주변 산유국들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전쟁이 길어지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게 마련. 물가와 금리, 환율 등 경제전반에 걸쳐 먹구름이 낄 수 있는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일반 서민들의 살림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른 사람들의 정신적 불안감도 자연 높아지게 마련이다. 교계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도 강조되는 시기이다.

지금 한인 교계는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화합으로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데도, 오히려 반목과 갈등으로 근간까지 흔들리는 교회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한인 교계에서 역사가 깊다는 S교회, K교회, D교회 등이 요즘 불화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소문이다. 이런 사태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인사회에서는 교협이 새로 출범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예전에 교협은 한인 이민자들의 등대였다. 모든 생활을 하나하나 다 안내해 주고 한인들의 살 길이나 미국사회 정착에 크고 작은 도움을 주어왔다. 그런 교회들이 이제는 안에서 다투고 반목하고 갈등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어려운 교인들이 힘든 세파를 이겨나가고 살 수 있도록 힘을 주고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도 서로 반목하고 다투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한다면 그 취지에 우선 안 맞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걱정하고 있는데 오히려 교회 안에서 다툼을 하고 서로 미워하는데 힘을 쏟는다면 그건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이제 곧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고 연말이다. 추수감사절 연휴에 가족을 찾아 길을 나서는 사람들, 그리고 연말의 바쁜 분위기로 매우 흥청거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배고픈 사람들이 당장 먹을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어느 때 보다도 이웃사랑이 강조되는 연말이다. 이때만이라도 주위에 도울 이웃이 없나 살펴봐야 한다. 연말은 특히 끼니걱정을 하는 어려운 이웃에 사랑을 베푸는 시기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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