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맞서나가는 용기’

2023-11-20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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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하는 소들 가운데 ‘해리퍼드’(Hereford)종은 극심한 추위를 견뎌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방목하는 소들은 혹한의 추위를 견디기 힘들 때 바람을 등지고 서서히 이동한다. 그러다가 체온이 내려가 칼날 같은 냉기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 동사를 피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해리퍼드종은 차가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간다.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서로 맞댄 채 북쪽의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해리퍼드 종은 단 한 마리도 추위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차동엽의 “뿌리 깊은 희망” 중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고난과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지능지수(IQ)나 감성지수(EQ)를 기준으로 사람 능력과 됨됨을 평가했다. 하지만 위기와 역경이 많은 이 시대는 지능지수나 감성지수보다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 AQ)’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한다.

다윗이 불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과 맞서기 직전의 일이다. 사울왕이 다윗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묻는다. “네가 가서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우기에 능치 못하리니 그는 어려서부터 용사임이니라.” 다윗이 사울왕에게 대답한다. “주의 종이 아비의 양을 지킬 때에 사자나 곰이 와서 양떼에서 세끼를 움키면 내가 따라가서 그것을 치고 그 입에서 새끼를 건져내었고 그것이 일어나 나를 해하고자 하면 내가 그 수염을 잡고 그것을 쳐 죽였었나이다. 여호와께서 나를 사자의 발톱과 곰의 발톱에서 건져내셨은즉 나를 이 블레셋 삶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의심이 가득 찬 사울왕의 질문에 대하여 다윗은 자신의 양치기 시절의 체험으로 대답했다. 블레셋과 담대하게 맞서는 다윗의 용기는 한 순간의 혈기로 솟구친 것이 아니라, 평소에 반복적으로 단련함으로 몸에 밴 용기임을 강조했다. 자신이 맹수로부터 양떼를 담대하게 지킨 체험이 하나님의 사람을 모욕한 골리앗을 제압하는 일보다 더 위력이 있다고 다윗은 믿었다.

작은 물맷돌을 몇 개를 손에 쥐고 거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다윗은 높은 ‘역경지수’를 가진 영적 전사였다.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하나님께 내려놓으므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는 찬사를 얻은 다윗은 진정 용기의 사람이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말벌은 꿀벌처럼 정교한 육각형 집은 짓지 못한다. 꿀벌은 희소(稀少)한 밀랍을 가지고 내공이 깃든 정교한 집을 짓고, 말벌은 지천에 널린 진흙으로 엉성한 집을 서둘러 짓는다.

저명한 유대인 신학자 요람 하조니는 말했다. “하나님이 장애물을 만드신 것은 그것에 굴복하라고 만드신 것이 아니다. 그것을 뛰어넘어 용기 있는 인생을 살라고 장애물을 만들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다윗처럼 진실 하라.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 내라. 맞서나가라. 그리고 도약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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