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나와 아내

2023-11-10 (금) 진봉일/전 뉴욕시교육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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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부부이며 일심동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팬데믹으로 외출을 못하고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하루 세 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하며 밤에는 동침하니 100% 동거동락하는 신세가 됐다.

코로나로 남편이나 아내를 먼저 보내고 슬퍼하는 아내와 남편이 많은데 우리 부부는 둘다 건강하게 생존해 있으니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작년 11월에 시멘트 바닥에서 넘어져서 골절상을 당했다.

노년에 들어서 한 사람이 다치면 두 사람이 같이 환자가 된다. 아내는 1년동안 1인 2역을 했는데 집사람이 1년 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위로해주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나는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여학생들 환호 속에 5년 세월을 훌쩍 보냈다. 성동공고 건축과의 내 전공으로 돌아와 근무하다 1974년 미국으로 이민 왔다.


메릴랜드를 거쳐 뉴욕으로 왔고 주 정부의 이중언어교사(일본어) 매스터 디그리를 받은 다음 엘머스트 뉴타운 하이스쿨에서 근무했다. 이중언어교사로 한국에서 새로 오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학부모들도 도와주었다. 우드사이드 P.S.11초등학교, 플러싱I.S. 237 중학교에서도 같은 일을 했다.

은퇴 후에는 한인들이 많이 가는 클리어뷰 골프 코스에서 1주일에 하루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거의 프리로 골프를 쳤다.

나의 아내는 디자인계통에서 일을 시작하여 열심히 뛰어서 성공했다. 아내의 성격은 철두철미하여 하루 일과가 바쁘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한 시간동안 한국일보를 비롯 로칼신문을 보고 TV는 채널50 푸드 채널과 채널 51 홈가든을 시청해서 살림의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한다.

아내의 음식 솜씨는 알아줘야 한다. 어떻게 하는지 무슨 음식을 먹어도 너무 맛있다. 우리 부부는 황혼을 7업(UP)을 하면서 신혼부부처럼 살아가고 있다.

(1)Clean Up: 자신의 몸과 주변을 항상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한다. (2)Dress Up: 초라해보이지 않도록 늘 가꾸고 옷을 단정하게 입는다. (3)Cheer Up: 밝고 유쾌한 얼굴과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4)Show Up: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꾸고 주변에 활달한 모습을 가능한 보인다. (5)Pay Up: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는 가급적이면 지갑을 먼저 열어라. (6)Give Up: 자신이 못할 일과 안되는 일에는 미련을 두지 말고 과감히 빨리 포기하라. (7)Shut Up: 가능하면 말수를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데 힘써라.

독립선언서 33인 중 한 분인 한용운님이 조국을 위해 쓴 시를 이번에 나를 위해 고생한 아내에게 바치면서 글을 마친다.

“님만 님이 아니라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 님은 이태리다/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회는 이름 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느냐/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너의 그림자이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들이 그리워서 이 시를 쓴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나는 곧 당신입니다.”ㅣ

<진봉일/전 뉴욕시교육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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